[카지노 로열]에 이어 [퀀텀 오브 솔러스] 복습.

이 영화는 아무래도 작가 파업 기간에 영화가 만들어지다보니 대본의 완성도가 여러모로 떨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쨌거나 영화 자체가 크게 막장은 또 아니라는 게 신기하기도 함.



[카지노 로열]의 마지막 장면에서 당장이라도 털려 죽을 것 같은 화이트의 카리스마가 다시 회복되어 등장하는 것부터 좀 어색하다.

게다가, 이 장면에선 화이트가 보고 있음에도 본드와 M이 전략 토의를 하는 어색함도 보여준다.

첩자를 몇 년씩이나 심어두어 M의 일거수일투족을 다 보고 있던 자들은 오히려 MI6가 뭘 아는지에 대해 전혀 모른다.


"The MI6, the CIA, they're looking over our shoulders."


미첼 사살 이후 미첼 숙소를 조사하는 장면에서 M은 미첼에게 자신이 선물한 재떨이를 부숴버린다.

현장감식을 하건 말건 M은 관심 없다[……]


여기서 본드와 M은 "주차장 입구를 지키던 요원도 죽었습니다." "계단의 그 요원?" 이라는 대사를 치는데, 이게 뭔지 싶다.

영화라는 장르는 화면으로 내용을 설명해야 하는데 화면은 없이 말로 때우다니


이 양반아, 이게 뭐 하자는 거요?


대본의 완성도의 한계는 이 장면에서도 눈에 띈다.

지질학자를 조사하러 간 본드는 누군가를 죽이고, 그가 지질학자라는 얘길 카밀에게 듣는다.


제가 지질학자입니다!


그런데, 그 다음 장면인 그린의 집에서 또 다른 지질학자가 죽어있는 걸 보여준다.

대체 본드는 누굴 죽인 건가?


아닙니다! 제가 지질학자입니다!


이 영화에서 눈여겨 볼만한 두 가지가 있는데, 볼리비아 식수난에 대한 비판이고, 또 하나는 MI6의 정보 패널이다.

정보 패널의 기능 중 이 부분이 특히 눈에 띈다.

본드가 그린(Greene)의 철자를 부를 때 double-E 라고 말하는 장면에서 처음엔 이와 같이 W를 보여주다가…



다음 장면에서는 EE로 자동 정정하는 멋진 기능을 보여준다.



이 영화의 문제점 중 하나는 CIA를 너무 저질 조직으로 까버렸다는 점.

CIA가 교묘한 국제관계의 줄타기를 하는 게 아니라 범죄조직 뒤나 봐주고, 필릭스는 노골적으로 이에 비협조적이다.

[네버다이]나 [어나더데이]에서 CIA 까는 장면들이 상대적으로 고급스러워(?) 보일 지경.



그리고, 더 큰 문제는 영국 등 각국 정부 내부의 배신자로 추정되는 사람들에 대해 어떠한 진행도 보여주지 않는다는 점.

본드가 죽인(죽인 것으로 잘못 알려진) 요원은 수상의 특사인 하인즈의 경호원이다.

이런 엄청난 일도 별다른 언급도 없이 넘어갈 정도다.



하지만, 이 영화는 허술한 드라마와 별개로 인상적인 장면들이 꽤 눈에 띄는데 그 중 하나가 마티스의 죽음.

전작에 받은 오해까지 연결해보면 더욱 더 안타깝고 인상적인 장면이다.



대본의 허술함으로 인해 제대로 표현이 안 되어 안타까운데, 이 영화의 줄기는 볼리비아 식수난을 본드의 눈으로 쳐다보는 것이다.

가장 기본적이며 중요한 자원인 물을 범죄 조직이 독점하려고 하고, 결국 본드가 그걸 막으려고 하는 것이다.

물론, 역시 대분이 허술하여 잘 막았는지는 나오지 않는다[각주:1].



결말까지도 뭔가 통쾌하면서도 2% 부족한 느낌이다.

본드가 그렇게나 많은 사람을 죽여댔는데, 정작 그린은 직접 죽이지 않는다.

오히려 죽이지 않을 이유가 없는 상대임에도 불구하고.


옛다. 목마를 때 마셔. 엔진 오일이야.


이 영화는 각본의 완성도가 떨어져서 마무리가 제대로 되지 않은 내용들이 여럿 있다.


미스터 화이트는 오래오래 행복하게 잘 사는 것 같고, 퀀텀이라는 조직도 정말로 궤멸시키는지를 알 수 없다.

애초에 그린이 두목도 아니고, 누군가가 그린의 머리에 총알 두 방을 쐈는데, 그걸 지시한 자는 누군지도 알 수 없다.

CIA의 변절자인 그렉 빔은 퇴출되는 것 같지만, 모사드[각주:2], 캐나다 정보부의 정보 유출은 별다른 언급이 없다.

영국 정부 내에서도 MI6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미국과의 현실적인 협조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 보인다.


이 중 영국 정부 내부 이야기는 [스카이폴]을 통해 일부 정리한 것 같지만, 나머지 내용들은 뭔가 마무리가 필요해 보인다.


어쩌면 이 영화의 완성도가 떨어진 덕분떡밥이 더 생겨버린 건지도 모르겠다.

어쨌거나, [스펙터]에서 이 중 몇 개라도 마무리를 해줬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적어도 퀀텀 조직이라도…



  1. 퀀텀에 독점권을 넘겼다는 합의각서를 파기하는 장면은 나오지 않음 [본문으로]
  2. 정확히는 "모사드 출신의 통신사 사장"임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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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음그런데 2015.11.16 09:33 신고

    지질학자는 두명이아니라 호텔에서 잠복하던사람은 지질학자인 척하고 카밀을 죽이려던 그린의 첩자인거죠 그리고 크게 대본완성도가 떨어진다기보다는 기본 플롯 구조에서 헷갈릴만한 요소들을 안풀어주고 간게 있네요

    • Favicon of http://teus.me BlogIcon BLUEnLIVE 2015.11.16 19:45 신고

      1. 그 해석은 알고 있습니다만, 영화 어디에도 그런 대사가 없습니다.
      오히려 대사들만 들어보면 이 놈도 저 놈도 다 지질학자...

      2. 그게 대본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거죠. 헷갈릴만 한거 여기저기 뿌려놓고 거의 안 풀고 간 걸 크게 대본 완성도가 떨어지는 건 아니라고 하는 건 무슨 얘기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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