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작 코믹스 <다크 나이트 리턴즈>에서 배트맨과 수퍼맨이 싸운 이후, DCU에서 한번은 나와야 할 장면이 이 둘의 싸움이었다.

그리고, 드디어 [배트맨 대 수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에서 이 장면이 나왔다.


이것은 북두신권? #그거아냐


이 영화는 둘의 싸움을 준비하기 위해 모든 내용을 집중시킨다.

그리고, 큰 그림에서 그 과정은 꽤 그럴싸하다. 데이빗 고이어가 각본을 쓴 영화들이 으레 그렇듯.

또한 그 과정을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엉성하고 대사는 유치하다. 고이어 작품이 으레 그렇듯.


둘의 싸움과 그 뒤의 둠스데이와의 싸움을 위해 제작진이 꺼내든 카드는 아버지 트라우마[각주:1]다.

(사실 이건 꽤 야심차게 꺼낸 카드임에도 각본의 허술함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다)


특히, 배트맨은 아예 아버지 뿐만 아니라 가족 트라우마라 불러도 좋을 상황이다.

부모가 살해당한 것은 물론이고, 로빈도 조커에 의해 살해당한 것으로 보인다.

거기에 렉스는 "너는 가족을 죽게 했어"[각주:2]라는 편지까지 써서 보내드린다.



그런 과정을 겪은 배트맨은 수퍼맨도 언젠간 타락할 것이라 믿고, 미리 제거하려고 하며 이게 싸움의 원인이 된다.


이렇게 큰 그림으로는 이 싸움이 그럴듯하게 전개될 것 같은데, 막상 뚜껑을 열고 보면 뭔가 자꾸 걸린다.


배트맨이 수퍼맨을 제거하려는 것과 달리 수퍼맨은 싸워야 할 이유가 별로 없다.

게다가 뭔가 대화로 해결하려는데 갑자기 배트맨이 싸움을 거는 건 덤이다.


둠스데이와의 싸움 역시 전개가 엉성한 건 마찬가지다.

루터가 원한 건 배트맨이든 수퍼맨이든 한 쪽이 죽는 싸움이었다.

수퍼맨이 배트맨을 죽였으면 어차피 타락한 거 그냥 타락했다고 알리면 끝인 거다.

배트맨이 수퍼맨을 해치웠으면 그래봤자 사람이니까 괴물은 필요 없고…


즉, 둠스데이는 영화에서 보는 것처럼 둘 다 살아남아야만 등장할 의미가 있다.


물론, 수퍼맨/배트맨 코믹스의 팬들에겐 어쨌거나 저 둘의 싸움을 대형 스크린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클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둘의 싸움은 꽤 그럴싸하게 묘사가 되어있다.

하지만, 팬들이 아닌 관객에겐 허세 쩌는 불친절한 영화로 느껴질 요소가 여러 군데 보인다.


여러모로 미완의 영화.


한편으론 수퍼맨의 캐릭터 역시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수퍼맨이란 캐릭터는 기본적으로 신의 능력에 인간의 마음을 가진 남자다.

그런데, 이번 영화에선 신의 능력을 선별적으로 보여주는 요상한 모습을 보여준다.


배트맨과 싸울 때 뿐만 아니라 폭탄이 터질 때, 엄마를 찾지 않을 때 등 수퍼맨이면 하지 않을 모습들을 계속 보여준다.

전편 [맨 오브 스틸]은 첫 작품이라 미완의 수퍼맨 모습을 수긍할 수 있었지만, 두번째 영화에서까지 그런 점은 여러모로 아쉽다.


역시 미완의 수퍼맨.



기타 각종 단상들


1. 영화는 전개보다 각 장면의 캐릭터에만 집중함


최대의 단점이 이 점인데, 단적으로 느낄 수 있는 건 각 장면의 배경음악.

예를 들면, 원더우먼이 갑툭튀하는 부분은 멋지긴 하지만 뜬금 없다는 느낌이 사실 강하다.

게다가, 그 상황에서 나오는 배경음악은 그냥 원더우먼 테마.

마치 개그 콘서트의 개인기 보는 느낌임.



2. 잭 스나이더 감독은 왠지 [다크 나이트] 트릴로지를 지우려고 하는 느낌


이미 두 번이나 영상화되었던 부모의 죽음을 오프닝에서 굳이 또 보여준다.

그것도 슬로우 비디오로 천천히 진주목걸이가 터지는 내용을 보여주는데, [다크 나이트] 트릴로지가 떠올랐다.

일부러 트릴로지를 지우려는 듯한 느낌이 들면서.


3. 인간 vs 배트맨의 쌈박질 액션은 훌륭함


트릴로지에서 역시 가장 부족했던 부분은 쌈박질 액션이었다.

이 영화에서 배트맨의 훈련 장면이나 사람들과 싸우는 장면은 정말 멋지게 찍었다.

[다크 나이트 라이즈]의 아쉬움을 이걸로 좀 해소할 수 있었다.


그런데, 차량씬은 놀란 배트맨보다 별로였다.

배트모빌 자체를 제대로 볼 수 있는 장면이 없었다.

재감상하면서 집중하고 찾아봤는데도 찾을 수 없었다... lllroz


이걸 제대로 보고싶었다고!!!


4. 캐릭터에 집중하는 영화임에도 캐릭터를 왜 망가뜨리나?


영화의 빌런인 렉스 루터는 전혀 루터같지 않다. 그냥 [다크 나이트] 조커의 부유층 버전.

게다가 너무 많은 것을 알고 있다. 그냥 DCU 모든 얘기를 얘만 알고 있는 것 같음.

지미 올슨은 등장하지 않은 줄 알았는데, 등장도 했고, CIA 였으며 사망도 했음.

그렇게나 중요한 캐릭터이어야 할 로이스 레인은 갑툭튀하는 설명충...


그냥 미치다 말면 렉스 루터고 더 미치면 조커라는 건가…


이거 코믹스 캐릭터 자체에 집중하는 영화 아니었나?


게다가 타오 오카모토가 연기한 비서는 트레일러에도 등장시키더니 사망 테크…

오프닝 무렵에 등장하는 직원 "잭"도 좀 이상함.

모든 직원을 대피시킬 때 대사가 "Let's go"였는데 정작 본인은 사망…


5. 클라크 켄트 기자가 고담시의 배트맨에 집중하는 것 자체가 캐릭터 붕괴 아닌가?


둘의 싸움에 그럴싸한 이유를 붙이기 위해서겠지만, 켄트 기자가 뱃신에게 집중하는 자체가 어이 없음.

뭔가 이유를 만든 것도 아니고, 그냥 밤에 망토 두르고 뛰어다니는 게 보기 싫다고 기사로 디스하는 수퍼맨이라니!


6. 근본적으로 수퍼맨의 청문회는 말이 되는가?


[맨 오브 스틸]와 오프닝 테러리스트 전투를 이유로 청문회에 수퍼맨을 출두시킨다.

그런데, 생각해보자. 전작의 전투는 이유야 어쨌건 적절한 절차에 따라 미군과 함께 진행한 군사작전이었다.

그런데, 왜 청문회에 수퍼맨을 부르는 건가?

그냥 하늘에서 날아왔으니까? 그냥 얜 우리와 좀 많이 다르니까?


테러리스트 전투도 마찬가지. 모든 사망자가 총을 맞고 죽었는데, 왜 청문회엔 수퍼맨이 서는 거지?

수퍼맨이 총질하고 그랬단 건가?


7. 청문회에서 렉스가 도망간 거 너무 어이 없음


자기가 초대받은 청문회에 비서도 함께 가고 폭발 사고가 터지는데, 마침 렉스는 자리를 피함.

이건 누가 봐도 "렉스가 범인이에요" 그림인데, 이걸 천재 렉스 루터가 계획했다고? 조커라면 모를까.


8. 수퍼맨의 능력치는 왜 갈피를 못 잡는가?


수퍼맨의 능력치 자체가 들쑥날쑥인데, 이건 좀 심각한 수준임.

폭탄의 존재 자체를 알지 못하는데, 그냥 사람을 볼 때도 MRI 찜쪄먹는 수준이었던 능력은 어디로 간 건가?

그거는 기본 능력이고, 오히려 일부러 노력해서 피부만 보는 거 아니었나?


루터는 1시간이나 시간을 줬는데, 그 시간에 엄마 찾을 생각도 안 하는 장면도 마찬가지.

초인적인 속도로 날아다니는 거, 투시하는 거 다 보여줬는데, 왜 그 능력을 그 때는 안 쓰는가?


9. 크립토나이트 양이 너무 많아! 너무 많다고!


크립토나이트를 분말 형태로 만들어 무기로 사용하는 것은 <다크 나이트 리턴즈>의 내용을 차용한 장면이다.


It wasn't easy to make, Clark. It took years and cost a fortune.


그런데, 코믹스에서 보여주는 모습은 비싸고 시간도 많이 드는 걸 필살기로 쓰기 위해 분말로 만든 것이었다.

그런 덕분에 단 한 발밖에 쓸 수 없었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분말도 여러개 나오고 가장 큰 덩어리는 아예 다른 무기로 만들어 쓴다.

심지어 남는 건 둠스데이와 싸울 때도 사용하고.


이럴 거면 아예 탄두로 만들어서 싸움 초반 기관총 갈길 때 사용했어야지!

수퍼맨을 죽인 다음에 그걸 다시 둠스데이를 쏘는 데 사용했으면 자연스럽게 인류에게 평화를 가져왔을텐데!


10. 너무 많은 떡밥은 지치기만 함

이 영화의 부제에서도 볼 수 있듯이 [저스티스 리그]의 전편에 해당하는 영화다.

그런 이유로 플래쉬, 아쿠아맨, 다크 사이드를 비롯한 많은 분들이 딱밥으로 지나간다.


그런데, 영화 전개와 아무런 상관도 없고 오히려 흐름을 끊는 느낌까지 주는 떡밥들 뿐이다.

이건 그저 관객을 지치게만 하는 효과 외엔 아무 것도 없었던 것 같다.


11. 마사?


가족 트라우마를 공유한다는 점을 표현하기 위한 장면으로 억지로 이해는 해주겠는데…

그런 목적을 관객이 억지로 이해해줘야 한다는 점부터 웃겼다.

게다가, 중요한 건 "마사"가 아니라 "어머니" 아니었나?

엄마 이름이 중요한 게 아닌데, 거기에 집중을 해버리는 제작진의 센스란!


12. 둠스데이는 등을 찔렀어야지!


애초에 가슴이 아니라 등을 찔렀으면 생기지 않을 상황이 터져버렸는데, 이거 등을 찔렀어야 되는 거 아닌가?

게다가, 원더우먼의 칼은 둠스데이의 팔을 잘라낼 수 있던데, 그걸로 등을 찔렀으면 더욱 더 희생할 필요가 없었을텐데…

마무리는 크립토나이트 탄두 기관총으로 하고…



마지막으로 [맨 오브 스틸]과 [배트맨 대 수퍼맨]의 겹치는 장면을 정리한 영상을 보도록 합시다[...]




  1. 부모가 총 맞고 죽은 배트맨, 전작에서 허리케인에 아버지를 눈 앞에서 잃은 수퍼맨에 이어서 이번엔 렉스 루터까지 아버지 트라우마를 갖고 등장 [본문으로]
  2. 물론 모함임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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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bongmyeongdong.tistory.com BlogIcon 봉명동안방극장 2016.04.19 01:51 신고

    이번 작품을 재미있게 본 입장에서 리뷰 잘 읽었습니다.
    만족스럽게 본 작품이기는 하지만, 작성하신 리뷰에도 많은 부분 공감을 하는 바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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