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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부터 쓰려던 포스팅인데, 계속 미루다 결국 토니 스콧 추모 포스팅이 되어버렸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다시 한 번 빈다.


[크림슨 타이드]는 탄도 미사일 잠수함 내에서의 함장과 부장의 합법적 싸움을 소재로 한 스릴러 영화다.

이 영화는 2시간 가까운 러닝타임 내내 긴장의 끈을 늦출 수 없는 엄청난 작품이었다.


이 영화는 파고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더 담론 거리가 많은 작품이기도 하다.



1. 영화의 주제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들


우산과 개를 데리고 있는 함장?


램지 함장은 언제나 를 데리고 다니며 비가 오면 우산을 쓴다.

이건 규정에 완전히 어긋나는 행동이며, imdb에는 이 장면이 오류라고 되어있다. (, 우산)


하지만, 오류라기 보다는 램지 함장의 성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라 해석하는 게 합당하다.

한편으론 그가 틀린 판단을 할 수 있음을 상징한다.



the true enemy is war itself


"In my humble opinion, in the nuclear world the true enemy is war itself."

"외람된 말씀이지만, 핵전쟁 시대에는 진정한 적은 전쟁 그 자체입니다."


이 영화의 무게감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그렇다. 핵미사일이 날아가는 자체가 진정한 적이다.

날아가는 순간 "러시아는 개객끼, 미쿡은 좋은 나라" 따윈 그냥 먼 역사속의 얘기가 되는 것이다.



이러한 장교들의 모습은 대한민국에선 볼 수 없음


램지 함장과 헌터 부장의 규정과 합리적 판단에 근거한 언쟁 장면은 영화 전체의 주제를 함축하는 장면이다.

더욱이, 이 전까지 둘의 소소한 의견 불일치를 통한 긴장감은 이 장면에서 폭발하기 시작한다.



조함권 인계 중


부당하게 지휘권을 뺏기는 상황에도 절차에 따라 조함권을 인계하는 헌터 부장.

한편으론 그가 끝까지 옳았음을 상징하기도 한다.



Mr. Hunter has the con.


정확한 전보가 수신된 후  램지 함장은 끝까지 자신의 행동에 대해 책임을 진다.

지휘판단이 틀렸다는 것을 확인한 그는 1MC로 모든 상황을 전파한 뒤 깔끔하게 물러난다.


또한, 이 장면은 그의 판단은 결과적으로 틀렸으나, 합리적인 과정을 통해 그런 결론에 다달했음을 의미한다.


그런데, 1MC1번 마이크가 아니라고, 그냥 1MC[각주:1]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영화와 영화 번역은 이걸 1번 마이크라고 한다.

한두번은 실수지만, 여러번은 실력이다. 그냥 무식한 거다.



You were right, I was wrong.


램지 함장의 성격을 최종정리하는 장면.

언행이 완전히 일치하며 합리적으로 판단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영화 전체의 주제를 깔끔하게 정리하는 장면이기도 하다.



2. 0.001% 아쉬운 오류들


Conglatulations, Mr. Hunter


앨라배마 함으로 전입을 처음 왔을 때 부사관인 갑판장(Chief)이 그에게 "Mr. Hunter"라고 부른다.

미군에서 아니, 어떠한 해군에서도 장교에게 Mr.라는 호칭은 쓰지 않는다.


실제로 이런 표현을 부사관이 장교에게 쓰면… 그 배에서는 살아남기 힘들다. 정말로.[각주:2]


그리고, 앞부분에 기술한 "Mr. Hunter has the con."도 마찬가지다.

결코 그렇게 부르지 않는다. "XO takes the con"[각주:3]이라고 한다.



Japan Sea? 어허허허


오하이오급 잠수함 앨라배마 함에는 트라이던트-II D-5 24발이 탑재되어있다.

이 놈들의 사정거리는 무려 11,300km 이상이다.

그런데, 러시아 쪽 반란의 배경은 블라디보스톡이다.

그 곳을 중심으로 사거리를 찍어보면, 앨라배마 함은 전혀 러시아 부근으로 갈 필요가 없었다.


Trident II D-5의 사거리는 11,300km 이상


블라디보스톡에서 태평양 쪽으로 11,300km을 찍어보면 미국 근처가 된다.

즉, 미국 영해에 있거나 미국에서 가까운 공해상에서 충분히 발사할 수 있었다.



01


대원들 앞에서 소리를 지르는 이 사람의 직책은 "Chief of the Boat"(갑판장/부사관)이다.

그런데, 공식 자막엔 무려 기관장(장교)으로 되어있다[각주:4].


또한, 미해군은 부사관 정모에 금줄을 달지 않고 검은색 줄을 단다.


함장과 부장의 정모는 정확히 묘사[각주:5]했는데, 왜 갑판장의 모자는 그런 식이었는지는 잘 이해가 안 된다.

아마 그게 더 멋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참고로, Executive Officer(XO)는 부장이 올바른 번역이다.

하지만, (모든 영화가 그렇듯이) 부함장, 부관이란 번역만 혼용된다.



소나 화면은 결코 이렇지 않음. 이건 레이더 화면임


러시아의 아쿨라 급과 싸울 때 보여주는 소나 화면은 사실 명백한 레이더 화면이다.

게다가, 소나는 저런 식으로 어뢰의 위치, 침로, 속력을 정확하고 빠르게 알 수 없다[각주:6].



진짜 소나 화면. 같은 영화의 다른 장면임


웃긴 건 다른 장면에선 이렇게 뭔가 워터폴스러운 소나 장면이 나왔다는 것이다.

게다가, 소나 당무자가 같은 사람이다. ㅎ



Snapshot 2 and 4… 뭔가 애매하게 이상함


어뢰 2 발을 동시에 발사하는 것을 스냅샷(snapshot)이라고 한다.

그런데, 영화에서 스냅샷 발사를 할 때의 발사관 번호는 2, 4번이다.

잠수함의 발사관 번호는 오른쪽은 홀수, 왼쪽은 짝수로 부여[각주:7]한다.


참고로, 공식 자막에서 이 부분 자막은 무려 시스템 작동이다.

사실상 영문학도가 번역할 수 없는 신의 영역(?)이긴 하지만… 그래도 오번역이다. ㅎ



3. 영화에서 은유하는 인종차별 코드



영화의 제목은 Crimson Tide… 우리 말로 하면 붉은 조류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 붉은 조류는 등장하지 않는다.

붉으스레한 장면이 나오는 부분은 사실상 이 부분이 유일하다.




사실, Crimson Tide는 앨라배마 대학교의 미식축구팀 이름[각주:8]이다.

그런데, 이 앨라배마 주가 옛날에 유명한 것이 하나 있었는데, 그게 인종차별이다.



미해군에서 이런 훈련 시키면 영창 감


승함하기 전 버스에서 도허티 대위가 대원을 훈련시키는 장면이 있다.

사실 이 장면은 완전히 오류다. 미해군은 이런 짓 하면 영창이다.

물론, 그 대원이 훈련을 받을 이유조차 없다.


이 장면은 인종차별을 은유하는 장면이다.

대원은 흑인이며 앨러배머가 명확히 찍혀있는 모자를 쓰고 있다.

게다가, 주변의 "백인"장교들은 규정을 위반했건 말았건 신경도 안 쓴다.


더 한심한 것[각주:9]은 그 대위가 고작 묻는 것이 (위반한 규정 조항 따위가 아니라) 영화 배우 이름이다.



흑인 장교는 단 3명


장교들의 구성을 보면 흑인 장교는 세 명이다.

그런데, 한 명은 영화에서 사실상 등장하지 않고, 부장웨스터가드 대위만 등장한다.

결국 이 커다란 핵잠수함에 흑인 장교는 밖에 등장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즉, 한편으론 백인 장교들 사이에 낀 흑인 장교의 고군분투를 의미한다는 것이다.

(더구나 웨스터가드 대위는 램지 함장 편임)



"N*gro"? Are you f**king crazy?


구금된 함장이 부장의 인사기록을 찾아보는 장면에서는 이상한 표현이 눈에 띈다.

인종(RACE)에 흑인(N*GRO)이라고 적혀있다. 이런 표현은 미해군에서 당시에도 사용되지 않았다.

이 장면의 의미 역시 명확하다. 인종차별 코드를 품고 있다는 것.


더불어 인사기록에서 재미있는 걸 하나 더 볼 수 있다.


잘못 알려진 내용 중 하나가 함장이 그를 싫어하는 이유가 하버드 출신이며 함정근무 경험이 없기 때문이란 거다.

그런데, 대위 때만 잠수함 5척, 소령 달고도 1척에서 근무[각주:10]했다.



A year at… excuse me, Harvard?


게다가, 영화 앞부분에 명확히 언급되는대로 그는 1년하버드에서 공부[각주:11]했다는 것이다.

물론, 이 부분에서 램지 함장은 그를 왠지 아니꼽게 바라본다는 느낌을 물씬 풍긴다.



01


함장과 부장이 설전을 벌이는 내용 중에도 재미있는 것이 하나 나온다.

리파자너(Lipizzaner)가 포르투갈 산인가 스페인 산인가 하는 내용인데, 물론 (헌터 말대로) 스페인 산이 맞다.

그런데, 이와 더불어 함장은 백마라고만 말하고, 부장은 태어날 땐 흑마지만 자라면서 백마가 된다[각주:12]고 한다.


  1. 1-Mike-Circuit 의 약어임. 해군에선 그냥 1MC(one-M-C)로 부름. [본문으로]
  2. 더군다나 그 장교는 소위도 아니고, 배의 No.2 부장임. ㄷㄷㄷ [본문으로]
  3. "지금부터 부장이 조함한다"라고 함 [본문으로]
  4. 이에 따라 리뷰들을 보면 이 장면에서 '기관장'이라고 기술들을 해놓았음 [본문으로]
  5. 미해군은 대한민국과 달리 중령 이상의 장교 정모에만 모자창에 꽃잎 장식이 들어감 [본문으로]
  6. 큰 표적의 경우 표적기동분석(TMA)이란 것을 풀면 알 수 있는데, 이걸 푸는 데는 수 분 이상 걸리고 조건도 까다로움 [본문으로]
  7. 한국, 독일은 확실히 그렇고, 미국도 아마 그럴 것이다 [본문으로]
  8. 아주 정확히는 앨라배마 주립대학교 운동부 이름이며, 여기엔 미식축구, 농구, 야구, 야구 등 많은 팀이 있다. 그 중 대표는 역시 미식축구 [본문으로]
  9. 영화가 한심하다는 게 아니라… [본문으로]
  10. 사실, 함정을 타지 않은 잠수함 장교가 진급한다는 자체가 불가능함 [본문으로]
  11. 아마도 위탁교육을 의미하는 것 같은데, 1년 과정 위탁교육이란 게 있는지는 잘 모르겠음 [본문으로]
  12. 이 이야기는 정확함. 비단 리파자너 뿐만 아니라 많은 백마들이 유사한 과정을 거침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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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지나가는 기억이지만..
    NCIS에서 함 호실 설명하면서 좌측은 짝수 우측은 홀수로 말했던기억이 있습니다..^^...
    2012.08.27 23:19
    • 그렇군요. 고맙습니다.
      제가 직접 미해군에게 물어본 게 아니라 "아마"라고는 썼긴 했지만, 거의 99.99% 맞을 겁니다.
      2012.08.28 10:14 신고
  2. 국내 언론이나 영화잡지의 리뷰를 보면 대다수가 '착한 흑형 헌터 vs 전쟁광 백인 램지'의 대결 정도로 보더군요. 램지의 판단이 결과적으로는 틀렸지만, 그런 결론에 도달하는 과정과 행동을 보면 충분히 합리적인 사람이라는 걸 알 수 있는데도요. 그걸 이해하지 못한 채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면 이 영화의 주제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고 봐요. 합리적인 의사결정과 적법한 절차를 거친 행동이더라도 결과적으로 파멸을 불러올 수도 있으니 시스템에만 전적으로 의존해서는 안된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런 주제를 전달하는 배경이 핵전쟁으로 인류에게 파멸을 불러올 수도 있는 전략원잠이라는 데에서 이 영화의 메시지가 더욱 섬찟한 것이구요.

    BLUEnLIVE님 글 처럼 훌륭한 수준의 리뷰를 국내 언론매체에서도 볼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과연 올까나?
    2012.09.12 16:59
    • 과찬이십니다. (속으로 으쓱으쓱)
      2012.09.12 19:12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