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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시작하기에 앞서: 인디아나 존스와 제임스 본드의 관계

인디아나 존스는 스티븐 스필버그 버전의 제임스 본드 영화입니다.
최초에 그는 본드 영화를 감독하고 싶어 했지만, 당시엔 영국 출신 감독에게만 감독을 맡긴다는 원칙을 세웠기 때문에 감독직을 맡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조지 루카스와 함께 만든 스필버그 버전 본드 영화가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입니다.

3편인 [최후의 성전]에서 션 코너리 경이 등장하는 것이나, 스필버그가 제작한 영화 [구니스]에 제임스 본드 테마가 나오는 것은 그 연장선에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막상 1981년에 1편인 [레이더스: 잃어버린 성궤를 찾아서]를 본 EON 프로덕션 측은 오히려 007 버전의 인디아나 존스를 만들기로 결정하는데, 그 결과물이 바로 [옥토퍼시]인 것인 것입니다. 여기서 [레이더스]에서 차용한 장면들을 많이 등장시키기로 하고, 배경은 이런 것을 자연스럽게 보여줄 수 있는 인도로 정하게 됩니다.

이 [옥터퍼시]를 다시 존스 버전으로 만든 것이 2편인 [미궁의 사원]인데, 배경도 인도입니다.

타잔 흉내, 시장에서 칼잡이와 결투, 뱀, 거미 등 [레이더스]를 연상시키는 장면들


1. 소설 <Octopussy & The Living Daylights>

전작 [유어아이즈온리]에 이어 [옥토퍼시] 역시 단편집 <Octopussy & The Living Daylights>에 기반을 둔 영화입니다.
이 책은 <Octopussy>, <The Property of a Lady>, <The Living Daylights>, <007 in New York>의 4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007 in New York>을 제외한 3편의 내용이 모두 영화 [옥토퍼시]에 사용되었습니다.

 - <Octopussy> : 영화 [옥토퍼시]의 배경으로 등장하고
 - <The Property of a Lady> : 영화 초반 소더비 경매 씬이 거의 그대로 사용됩니다.
 - <The Living Daylights> : MI6 요원동독을 탈출 (후에 [리빙데이라이트]의 기반이 되기도 함)


경매가 소재로 나온 소설/영화는 이것이 유일하며 배경은 소더비 경매였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실제 제임스 본드의 물건이 경매장에 2번 나왔는데, 모두 (경쟁사인) 크리스티에서 이루어졌다는 것입니다.
(1998년 9월에는 [죽느냐 사느냐]에서 로저 무어 경이 착용했던 시계21,850파운드에, 2001년 2월에는 [살인번호]에서 우슬라 안드레스가 입었던 비키니35,000파운드에 각각 낙찰되었음)


2. 그리고, [골드핑거]

스티븐 스필버그가 영화 [골드핑거]를 좋아한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입니다.
물론,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를 만들 때 상당부분이 참고가 되었다는 것도 당연한 얘기입니다.

영화 [옥토퍼시]를 제작하면서 방향이 인디아나 존스가 되었으니 스파이 스릴러양념으로 들어가고, 볼거리 및 혐오 곤충류를 메인으로 하는 것은 당연했는데, 이에 가장 적합한 스토리 플롯은 (따로 만들 것도 없이) 이미 19년 전의 완벽한 플롯을 그대로 차용합니다.

네. [골드핑거]입니다.

[레이더스]보다 많은 [골드핑거]를 연상시키는 장면들: 누군가의 죽음으로 이야기가 시작됨, 사기 도박 깨뜨리기 등


전체적인 구성 즉, 누군가의 죽음으로 이야기가 시작되고, 악당은 사기도박을 벌이며, 본드는 비싼 물건을 미끼로 사기도박에 참가하고, 사기 수법을 깨뜨리며 도박을 이겨내는 흐름 등등이 [골드핑거]의 무어 버전으로 보일만큼 거의 그대로 차용되었습니다.
(심지어는 [골드핑거]의 프리 타이틀에 등장하는 오리를 연상시킬 수 있도록 악어 로봇도 등장시킵니다)

한편으로는 맥클로리의 007 영화 [네버 세이 네버 어게인]과 한판 승부를 벌여야 했기 때문에 [옥토퍼시]는 흥행이 보장된 안전한 스토리라인을 선택해서 꼭 이겨야한다는 이유도 있었습니다.


3. 그래서 발생한 문제점들

a. 뒷골목 킬러의 등장

이러한 [골드핑거]+[레이더스] 구성을 따르다보니, 007 영화의 클리셰를 파괴하는 뒷골목 킬러가 등장해버립니다.
007 영화는 언제나 주인공도 악당도 모두 럭셔리하게 입고다녔습니다. 만화 전용 킬러인 오드좁이나 죠스마저도 옷은 정장을 입고다녔는데, 유일하게 [옥토퍼시]에서만은 기괴한 킬러들이 등장합니다.
(우습게도, 이들이 등장한 덕에 연로한 로저 무어 경의 터프함이 더 살아나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007 시리즈 유일의 '뒷골목 쓰레기' 필의 킬러들: 이는 다 존스 박사 때문입니다



b. 유치하기 짝이 없는 "에비야!" 탈출

탈출하는 과정에서 시체로 위장했다 "에비야!" 하는 유치찬란의 극치를 달리는 설정도 추가됩니다.
정글에서 악당들에게 쫓기는 설정을 합리화하기 위한 것인데, 결코 무어의 터프함이나 재치를 보강하지 못했습니다. -.-;;;

본드다움과 안드로메다만큼 떨어진 탈출씬.



c. 개떼같이 많이 등장하는 옥토퍼시 걸

옥토퍼시에는 "옥토퍼시 걸"로만 17명의 여배우가 등장합니다.
이렇게 많이 등장하는 옥토퍼시 걸들은 액션까지도 해내는 등 열연을 펼치지만, 007 영화에 등장하는 모습으로는 정말 어색합니다.
그저, [골드핑거]에서 마지막에 미군들이 들이닥치는 설정을 그대로 옮기면서 들어간 장면일 뿐입니다. -.-;;;

이게 도대체 뭥미!



4. 지난 작품에서 취소된 설정들의 귀환

이 전의 작품들 중 졸작 또는 괴작으로 취급받았던 두 작품 [황금총을 가진 사나이], [문레이커]는 처음부터 그런 작품으로 기획된 것은 아닙니다.
당시의 시대 상황(이소룡의 죽음, 콜럼비아호 발사)을 불필요하게 영화에 반영하는 과정에서 설정을 무리하게 변형하다보니 나온 결과였습니다.
이 두 작품에서 계획되었다 사라진 설정들이 [옥토퍼시]에 돌아옵니다.

a. [황금총을 가진 사나이]

공동 제작자인 해리 솔츠만이 코끼리 떼가 본드를 추격하는 장면을 원했기 때문에 추진되었습니다.
코끼리 조련사에게 확인한 결과 특수하게 제작된 코끼리용 신발이 필요했고, 무려 2600 켤레를 주문했습니다.
결국, 이 아이디어는 스크린에 등장하지 못했고, 신발은 제작되었지만, 신발 제작자에게 돈도 지불하지 않았습니다. -.-;;;


b. [문레이커]

칼을 던지는 쌍둥이 킬러, 소형 비행기(Acrostar Bede jet)는 모두 [문레이커] 기획 초기에 고려되었던 내용들인데, 개념을 안드로메다로 보내면서 함께 날아갔습니다.
또, 기획 초기에는 드랙스 역으로는 [옥토퍼시]에서 카말 칸 역을 맡은 루이스 줄단이 계획되어 있었습니다.

한 편, 카말 칸이 본드에게 백개몬(주사위 도박)에서 돈을 잃은 뒤 한 "Spend the money quickly, Mr. Bond (돈을 빨리 써버리시오, 본드 씨)" 라는 말은 사실, 소설 <문레이커>에서 휴고 드랙스가 본드에게 카드 게임에서 돈을 잃은 뒤 한 "I should spend the money quickly, Commander Bond"을 차용한 것입니다.

Spend the money quickly, Mr. Bond.



5.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들

  1. 단편 <Octopussy>는 플레이보이지에 플레밍 사망 2년 후인 1966년 3월-4월에 연재되었는데, 이언 플레밍유작

  2. 옥토퍼시의 침대는 피터 라몬트가 디자인 했는데, 문어 모양으로 생겼음

    문어 위에서 뒹굴뒹굴 놀고 있는 두 사람


  3. 스펙터의 로고는 흰색 배경에 까만 색깔의 문어 모양지만, 이 로고를 포함한 어떠한 부분도 옥토퍼시와 무관함.
    (옥토퍼시의 로고는 파란색임)

    스펙터와는 무관한 범죄조직


  4. 본드가 소더비 경매에서 "화벨쥬의 달걀"의 가격을 터무니없이 올린 뒤 나간 거리의 이름은 The Bond Street임


  5. 프리 타이틀 액션에 등장한 소형 비행기(Acrostar Jet)는 소형 터보 제트 엔진인 TRS-18을 장착한 12피트(3.65m) 길이의 비행기며 250km/h에서 500km/h까지의 속도를 내고 9000km 상공까지 비행 가능한 실제 비행기임

  6. 이 비행기는 소유주(J.W. 'Corkey' Fornof)가 직접 조종했는데, 그는 [문레이커]에서는 항공 관련 내용에 대한 자문을 맡았으며, [살인면허]에서도 비행기를 조종함

  7. 머니페니가 본드에게 조수인 페넬로페 스몰본(Penelope Smallbone)을 소개하는 장면에서 페넬로페 스몰부시(Penelope Smallbush)라고 잘못 말하는 장면이 있음

  8. 스턴트맨 마틴 그레이스가 기차 스턴트 촬영시 다리와 엉덩이에 심각한 부상을 입었으며 완전히 회복하는데 몇 개월이 소요됨


  9. 기차와 차가 충돌한 뒤 차가 호수로 떨어지는 장면에서 낚시꾼으로 분장한 스턴트맨이 보트에서 제대로 뛰어내리지 못해 충돌할뻔한 위험 상황이 발생했음 (이 장면은 삭제되지 않고 남아있음)

    정말 위험했던 스턴트


  10. 비제이 역을 맡은 Vijay Amritraj는 실제 프로 테니스 선수임

    MI6 인도 지부의 비밀병기…가 아니라 진짜 테니스 라켓 - 오로지 Vijay를 위한 설정임


  11. 엔딩 크레딧에 다음 작품이 "From A View to a Kill"이라고 나오지만, 실제 다음 영화는 [A View to a Kill] 임

  12. 본드와 비제이가 만날 때 비제이가 피리로 부는 음악은 제임스 본드 테마임



  1. 원글 작성일시: 2008.06.16 03:10 [본문으로]
  1. 오경탁 2019.03.01 17:13

    저도 007 시리즈를 다본 나름 팬인데 연재글 잘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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