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소를 변경했다. 며칠간 머물렀던 한인민박에서 영국인이 운영하는 에어비앤비 숙소로.

후다닥 짐을 옮긴 뒤, 냅다 이동한 곳은 대영박물관.

올 때마다 매번 가이드 없이 돌아다녔는데, 이번엔 가이드 투어를 하기로 했다.

 

또 왔다!!

 

일단 우리를 반겨주시는 건 청동 고양이.

 

 

투어 가이드는 이집트에서 온 청동 고양이...

 

I met a traveler from an antique land
Who said: Two vast and trunkless legs of stone
Stand in the desert.
Near them, on the sand,
Half sunk, a shattered visage lies, whose frown,
And wrinkled lip, and sneer of cold command,
Tell that its sculptor well those passions read
Which yet survive, stamped on these lifeless things,
The hand that mocked them and the heart that fed
And on the pedestal these words appear:
'My name is Ozymandias, king of kings:
Look on my works, ye Mighty, and despair!'
Nothing beside remains. Round the decay
Of that colossal wreck, boundless and bare
The lone and level sands stretch far away.

                                                                  - Percy Bysshe Shelley



오래된 땅에서 온 여행자를 난 만났었지.
그가 말하길 "몸통이 없는 돌로 만든 거대한 두 다리가
사막에 서 있었소.
그 주변 모래 위에선
반쯤 가라앉은, 조각난 두상이 누운 채로, 찌푸린 표정,
주름진 입술, 차가운 명령의 냉소를 보여줬소.

조각가는 그 열정들을 잘 읽어냈소.

죽어있는 것에 새겨진 채로,
그걸 새긴 손과 그 심장보다 오래 살아남도록.

그리고 받침대엔 이런 글이 나타났소:

'내 이름은 오지만디아스, 왕 중의 왕:

내 위업들을 보라, 이 위대하다는 것들아, 그리고 절망하라!'

아무 것도 남지 않았소. 부식된 주변으론

거대한 잔해와, 경계없는 헐벗음과

외로운 모래의 지평선이 끝없이 뻗어있었을 뿐."

 

<왓치맨>을 통해 이름이 다시 알려진 오지만디아스는 바로 람세스 2세의 그리스식 이름이다.

긴 재위기간[각주:1]동안 수많은 업적과 수많은 거대한 동상으로 아직까지 이름이 널리 알려진 파라오다.

김형배 작가의 표절작 <바벨 3세>에선 콜파를 죽이는 역할도 담당했었다.

 

하지만, 셸리의 소네트에서도 느낄 수 있듯이, 많은 동상들은 파괴되었고, 어떤 건 머나먼 영국에 상반신만 잡혀와있다.

 

가슴의 구멍은 이걸 훔쳐오려는 프랑스 놈들의 흔적인데, 결국 영국 놈들이 최종적으로 훔침

 

참고로, 이 흉상은 원래 흉상이 아니라 전신상인데, 하반신은 이집트 룩소의 라메세움[각주:2]에 있다.

신나게 문화재를 털어올 때 그나마 제대로도 털지 못했던 야만적인 시절의 수많은 흔적 중 하나.

 

사진출처: http://blog.daum.net/sunghwa/1962496

 

몇년 전 이 라메세움의 람세스 상은 상반신을 디지털로 복원해서 기존의 하반신에 붙여뒀다고 한다.

하지만 아이러니컬 하게도, 이미 구멍이 뚫린 대영박물관의 상반신을 디지털 스캔해서 복원했음...

 

사진출처: https://m.blog.naver.com/PostView.nhn?blogId=jrkimceo&logNo=221025268918

 

다음은 그 유명한 로제타 스톤.

이를 해석함으로써 고대 이집트어를 해석할 수 있게 된 기념비적인 돌이다.

해석 자체는 영국의 토머스 영보다 프랑스의 언어 천재 샹폴리옹이 먼저 해서 이름을 날렸다.

하지만, 정작 그 돌 자체는 역시 영국놈들이 훔쳐옴.

 

 

열심히 설명하시는 가이드 느님 한 컷....

 

 

또 한 명의 기구한 파라오가 아멘호테프 3세.

고대 이집트가 가장 번성한 시대의 파라오이며, 평민의 딸과 결혼한 사랑꾼... 인데...

머리와 왼팔만 영국에 납치당했다.

몸통 등 나머지 부분은 이집트 카르나크 신전에 있음.

 

 

아래의 사진은 고대 이집트의 흔한(?) 파라오 상인데, 영국놈들이 몇개 더 훔쳐다 놓음.

 

여담인데, 우리나라 관광객들이 외국 문화재에 낙서한다고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 "선진국은 안 이럼!"를 시전하는 경우가 많다.

근데, 이런 문화재에 낙서하는 게 굳이 한국인만의 특성도 아니고, 굳이 크게 비난할 이슈까진 아닌 것이...

영국놈들은 이거 훔쳐오면서도 지 이름 새겨둠.

 

01

 

다음은 신 아시리아 최전성기를 이끌었던 왕인 아슈르바니팔 관련 부조들.

아슈르바니팔이 용맹하게(?) 사자를 사냥하는 장면이다.

물론, 들여다보면 결정타만 왕이 날리고 개고생은 주변에서[...]

 

0123

 

다음은 투석기와 라기스 전투 관련 그림인데...

투석기는 아마도 라기스 전투 때 사용된 게 아닐 것이, 그 전투는 기원전 700년에 있었음.

이 그림은 부조를 토대로 다시 그린 것이라고 한다.

 

01

 

좀 더 잘 보이는 각도의 사진을 살짝 수정한 사진.

 

 

다음은 렐리의 비너스.

한때는 영국 왕실 소유였는데, 렐리 라는 사람이 한동안 소유해서 렐리의 비너스라 불린다고.

현재는 왕실(엘리자베스 2세) 소유고, 여왕이 대여해준 상태.

 

 

다음 작품은 켄타로우스 vs 라피타이.

존재하지 않는 동물을 상상으로 만들어서 용맹함을 과시하는 작품이라 좀 웃기도 하고 그러함...

 

 

다음은 네바문을 그린 석화.

그림의 주인공은 네바문은 밀 경작지의 서기였다고 한다.

네바문 오른쪽의 여인이 아내인 하트셉수트. 아래에 있는 여성은 딸.

설명에 따르면 부메랑으로 새를 사냥하는 모습이라고 하는데... 부메랑 맞냐...

 

 

다음은 이집트 미라 관.

이 미라는 클레오파트라라고 되어있는데, 그냥 이 당시의 흔한 여성 이름이었음.

즉, 다들 아는 그 클레오파트라가 아님.

 

클레오파트라는 맞지만, 당신이 아는 그 클레오파트라는 아닙니다

 

아래 사진은 관에서 분리된 미라.

옆구리의 구멍은 미라화(mummification) 하기 위해 장기를 뺀 구멍임.

 

영원한 삶은 얻지 못하고, 영원히 사람들에게 구경되는 저주만 받은 게 아닐까...

 

이 사진은 자연히 미라화된 경우.

건조한 북부 이집트에서 미라화된 것이라고 함.

 

 

한국관은 모두 정식으로 기증한 작품들이라 오히려 특별하게 눈에 띄는 작품이 없다.

대략 아래와 같은 느낌들...

 

0123

 

여튼, 한국관에 왔으니 인증샷 한번 남기고...

 

 

마지막으로 사자 앞에서 한 컷 찍은 뒤 밖으로 나옴...

 

현.실.남.매.

 

대영박물관 잘 봤다!!!!!

 

 

따느님한테 얼굴 몰아주기 한번 해주고...

 

 

조카의 마지막 인증샷을 끝으로 대영박물관 투어 종료.

 

 

 

  1. 무려 재위기간이 64년임, 물론 우리에겐 79년 재위 기록의 장수왕이 있음 [본문으로]
  2. 가끔 아부심벨의 흉상이라는 글이 보이는데, 틀린 내용임. 아부심벨의 람세스 2세 동상 상반신이 부서진 건 지진 때문이고 머리통은 자신 발밑에 뒹굴고 있음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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