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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CEU(라고 하지만 이걸 Universe라 부르기는 민망한 그 세계관)의 새로운 영화 [블랙 아담]이 공개되었다.

사실, 지금까지 DCEU가 걸어온 길은 그야말로 혼란의 도가니탕이었다.

 

포스터의 흐름만 봐도 정신이 없어지는 느낌적 느낌... 모 캐릭터 님은 원작에선 뱃신과 맞다이가 가능했었음

 

[맨 오브 스틸]의 그럭저럭 가능성을 보여주는 시작에서, [느검마사] 아니, [마사닦이] 아니, [배트맨 대 수퍼맨]에서 보여준 DC 최고의 양대산맥의 목숨을 건 어설픈 싸움... 개봉한 지 5년만에 리부트 아닌 리부트를 단행당한 [자살닦이] 아니, [수어사이드 스쿼드]... 코믹스의 주요 캐릭터를 똥싸개로 만들어버린 짓[각주:1]나름의 PC질이라고 했던 [버즈 오브 프레이], 주둥이로만 사랑을 외치면서 성범죄자 서사[각주:2]를 한 몸에 담아낸 [원더우먼]... 감독이 교체되고 또 원래 감독이 돌아오면서 결국 두 번이나 전혀 다른 영화로 공개된 [저스티스 리그]까지...

이 와중에 복잡한 서사를 걷어내고 훌륭한 액션과 준수한 성적으로 호평을 끌어냈던 [아쿠아맨]은 정작 여배우가 괴랄한 소송을...(이하 생략)

 

한편, 수퍼 히어로 영화의 또 다른(하지만 훨씬 거대해진) 축인 MCU는 그 사이에 인피니티 사가를 훌륭하게 마치고 멀티버스 사가를 시작하며 더 훌륭해지기는 개뿔... 재미를 희생하면서 시리즈 전반에 뿌려놓은 PC 때문에 어지럽기 짝이 없다.

아마도 디즈니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뇌피셜을 돌려보지만, 어쨌거나 페이즈4에 들어와서는 영화나 드라마의 재미는 뒤로 하고 그냥 PC만 주입하려는 시도들때문에 내가 수퍼 히어로 영화를 보러 온 건지 PC에 대해 교육을 받으러 온 건지 구분이 안 갈 정도다.

 

Obviously, Captain America was a VIRGIN! (확실히 캡아는 숫총각이었다고!) / 남녀가 바뀌었으면 핵폭발 났을 대사지만 문제 없음...

 

이런 복잡한 상황에서 드디어 "더 락" 드웨인 존슨이 연기하는 [블랙 아담]이 공개되었다.

 

 

이 영화는 주연을 맡은 드웨인 존슨이 제작에도 참여한 영화이다.

Dwayne "The Rock" Johnson

이에 따라 그의 의도가 여러모로 영화에 반영되었다.

특히, 앞으로 나올 DECU 영화의 첫 페이즈를 이 영화로 시작하겠다는 의도가 여러모로 보인다.

 

 

사실 이 영화는 특히 서사를 풀어가는 방식에 있어서는 단점이 꽤 눈에 띈다.

스토리를 끌고가는, 아크-톤 왕관의 전문가인 아드리아나가 하려는 많은 행동들이 전문성과는 거리가 멀어보인다.

아니, 애초에 아무도 못 찾은 왕관을 숨겨야 한다면서 자기가 굳이 찾아낸 것부터 뭐 하는 짓인지...

초반의 주요 악역으로 등장하는 인터갱에 대해선 너무 설명이 없어서 DC 세계관을 아는 팬들이 아니라면 대체 쟤들이 어떤 레벨의 악당들인지 선뜻 받아들이기 힘들기도 하다. 이터니움과 N번째 금속이 뭔지도 설명이 좀 부족해보인다.

 

하지만, 조금 다르게 쳐다보면 이 영화는 팬들이 수퍼 히어로 영화에 바라는 것을 충실히 담은 영화다.

비록 [다크 나이트]처럼 액션의 비중을 줄이고[각주:3] 압도적인 드라마와 철학만으로 관객를 처절하게 압도해버리는 걸작이 분명히 존재하지만, 여전히 팬들이 이 장르에서 기대하는 가장 중요한 지점은 액션이다.

영화 [블랙 아담]은 지루해질만 하면 갈등이 촉발되어 액션으로 연결되는 흐름이 자주 나와 지루하지 않게 영화를 감상할 수 있다.

남자들은 원래 싸우면서 친해지는 법이지[...]

때로는 우군끼리 싸우고[각주:4], 때로는 적과 싸우면서 착실하게 액션 블록버스터 영화로서의 역할을 수행한다.

닥터 페이트와 호크맨이 주축을 이루는 JSA에 대한 소개 역시 분량이 약간은 부족해도 영화 감상에 무리가 없는 수준으로 잘 정리되었다.

 

이 영화에서 또 하나 눈에 띄는 점은 이전의 수많은 수퍼 히어로 영화들에 대한 오마주다.

관객들에 따라서는 그냥 여기저기서 복붙했다는 의견도 있는 것 같지만, 저 정도 규모를 다 끌고 왔다면 저건 오마주로 보는 게 타당한 것 같다.

[석양의 무법자][각주:5] 씬을 보여주며 나름의 해석을 진행하는 장면은 물론 [로건]을 연상시키는 장면이다.

 

또, 닥터 페이트의 그 선택은 닥터 스트레인지의 그 선택을 올바른 방향으로 비꼬는 장면[각주:6]이다. 아톰 스매셔의 외관은 너무나 의도적으로 데드풀과 앤트맨을 모두 연상시키고, 호크맨의 저택은 프로페서 X의 저택을 떠오르게 한다. 사이클론이 보여주는 기술도 [스파이더맨3]이나 [엑스멘 아포칼립스]에서 보여주었던 유명한 장면들을 연상시키는 장면을 보여준다.

이 정도 규모로 원작을 연상시키면서도 뭔가 다른 느낌을 주는 장면을 다양하게 깔았다는 건 결코 단순한 복붙이 아니라는 뜻이다.

 

이 영화에서 보여주는 또 하나의 매력은 "제임스 본드" 피어스 브로스넌의 중후한 멋이다.

전성기 때 "정장을 가장 잘 입는 남자"로서도 유명했던 브로스넌은 여전히 중후한 매력을 뿜어내고 있다.

그가 연기하는 닥터 페이트는 동료들보다 조금은 더 지혜로우며, 동료들을 아끼는 모습을 훌륭히 보여주고 있다.

Pierce Brosnan in the new 2018 ad campaign Tailoring Legends photo © Brioni / Gregory Harris

 

덧1. 이 영화의 숨은 장점 중 하나는 PC이다. 농담이 아니다.

원작 코믹스에서 사이클론과 호크맨은 모두 백인 캐릭터였다.

01

이 두 캐릭터를 모두 흑인 배우로 캐스팅했는데, 외모와 연기력 모두 준수해서 억지 PC의 느낌이 전혀 나지 않는다.

게다가 굳이 인종 얘기를 꺼내며 PC를 교육하는 짓을 하지도 않는다.

자연스럽게 원작 코믹스의 백인 중심 캐릭터들의 인종을 바꿔 전체적인 인종 밸런스를 좀 자연스럽게 맞췄다.

물론, 그거 하면서 동양인도 좀 넣어줬으면 더 좋았겠지만...

 

덧2. 엔딩 쿠키의 그 캐릭터 장면에서 두 가지가 눈에 특히 띄었다.

한 가지는 앞머리. [맨옵스]에서보다 더 두드러지는 클래식한 앞머리가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다른 한 가지는 그 때의 음악. 존 윌리엄스 옹의 언제나 가슴을 뛰게 하는 그 스코어가 사용되었다.

 

 

덧3. 헨리 카빌이 [맨 오브 스틸] 속편으로 복귀한다고 한다.

출연진들 중 가장 사생활도 깔끔하고[각주:7] 배역에 대한 의지도 충만했는데, 워너가 그렇게나 미친 놈들[각주:8]이었다가 이제 좀 정신을 차린 것 같다.

그리고, 물론 여기엔 "블랙 아담" 드웨인 존슨의 엄청난 역할이 있었던 것 같다.

2016/12/26 10:20:17, 근데 형들도 술... 마셔? 진짜?

 

 

  1. 코믹스에선 심지어 그 분은 배트맨과 맞다이가 가능한 여성 캐릭터였으나, 놀랍게도 PC를 위해 똥싸개로 전락당함 [본문으로]
  2. 이 점이 그렇게 심각하게 비난받지 않은 게 오히려 더 충격적이었음. 남캐가 주인공이었으면 아마 영화 제작사 하나가 통째로 날아가도 모자랐을 내용임 [본문으로]
  3. 물론 그 줄어들었다는 액션의 수준이라는 게 진짜 트럭을 통째로 뒤집고, 고담 종합 병원을 실제로 폭파시켜버리고, 텀블러는 폭발하고... 뭐 그랬긴 했음 [본문으로]
  4. 호크맨과 블랙아담이 싸우는 걸 여유롭게 구경하는 닥터 페이트가 압권... [본문으로]
  5. 이 영화의 원제가 다름 아닌 [The Good, the Bad, and the Ugly]이고,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의 레퍼런스가 됨 [본문으로]
  6. 인피니티 사가가 잘 마무리돼서 티가 안 났지만, 그 장면에서 보여준 닥터 스트레인지의 모습은 양아치스러움이 느껴지는 게 사실임 [본문으로]
  7. 시간이 남아서 하는 게 게임이고, 게이밍 PC 조립하는 영상을 공개하는 남자... [본문으로]
  8. 워너 회장이었던 일본계 케빈 츠지하라는 아예 성접대를 요구한 혐의로 인해 사퇴함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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