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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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ery revolution begins by fighting the system—and ends with the revolutionaries fighting each other."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는 해석하면 〈끊임 없이 이어지는 전투〉라는 뜻이다.
이 영화는 그야말로 끊임 없이 이어지는 투쟁을 담은 영화다.
심지어 영화가 끝나고도 투쟁이 계속됨을 암시하고 있다.

강경 투쟁 단체의 어설픈 투쟁 16년 뒤에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현재 미국 사회의 많은 문제들을 비판한다.
모든 등장인물들은 자신만의 투쟁을 끊임 없이 하고 있으며, 영화가 끝난 뒤에도 이는 계속될 것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이 영화는 투쟁 단체를 옹호하거나 또는 체제를 지키려는 쪽을 지지하는 영화가 아니다.
여기서 보여주려는 지점은 미국이라는 시스템이 어떻게 비틀려 있으며, 체제는 어떻게 유지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투쟁 단체는 배신하고 결국은 분열되며, 체제를 지키는 쪽은 서로를 죽여가며 유지되고 있다.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미국 사회의 많은 문제점들을 드러내고, 블랙 코미디로 표현한 걸작이다.

영화를 이끄는 4명의 중심인물

밥 퍼거슨(팻 캘훈, 게토 팻, 로켓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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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은 혁명가 쪽 재능은 없어보이지만, 미국의 체제에 대한 비판의식을 갖고 있는 인물.
아마도 혁명에 가담하지 않았으면, 그냥 적절히 비판의식 가진 흔한 엔지니어였을 것 같다.

그리고, 평범한 아버지로서의 책임감을 끝까지 보여주지만, 막상 책임감을 발휘할 땐 영화 플롯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다.
배우가 무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인데 이런 캐릭터 설정은 너무나 신선했다.

영화 제목에 들어있는 Battle은 물론 1차적으로야 투쟁을 의미하겠지만, 실제로 혼자서 16년간 딸을 정상적으로 키워낸 밥이야 말로 진짜 Battle을 치른 게 아닐까…
정작 밥은 마리∗나를 피워대고, 음주운전을 하는데, 딸은 그런 아빠를 싫어하고 지적할 정도로 훌륭하게 컸잖아…

스티븐 J. 록조 총경

영화 자막에는 대위, 대령의 계급으로 표현되지만, 경찰 조직이므로 각각 경위, 총경 정도로 번역하는 게 맞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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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숀 펜이 연기하는데, 움직임 하나하나, 말투 하나하나가 모두 재수가 없다.
숀 펜이 아마도 캐릭터에 대한 연구를 끝까지 했을 거라는 생각이 그가 등장하는 모든 장면에서 느껴진다.
흑인 여성에게 성적으로 끌리는 건 물론이고, 게이 드립에 발끈하는 걸 보면 이상성욕자 캐릭터를 집대성한 느낌이다.
여기에 백인우월주의까지 끼얹어 그야말로 완벽하게 재수 없는 캐릭터다.
걸음걸이마저 재수 없고, 입을 우물거리는 것도 재수 없으며, 빗질 하는 것도… (이하 생략)

퍼피디아 베벌리 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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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 단체의 리더이고, 혁명의 피가 끓는다지만, 사실 그냥 쾌락만을 추구하는 이기주의자.
이름 자체가 배신을 의미하기도 하고, 성은 뭔가 혁명과는 거리가 멀어야 하는 베벌리 힐스다.

퍽이나 무슨 혁명 같은 거 한다고 설치지만 실은 부모에게 얹혀 사는 무능력자이다.
그리고, 딸을 낳은 이후를 보면 밥도 여기 얹혀 산다[…]

애초에 영화 전체에서 배신자는 얘 하나 뿐이라는 점이 아이러니다.
글의 상단에도 적힌 “모든 혁명은 처음엔 체제와 싸우고, 결국엔 혁명가들끼리 싸우게 된다.”는 퍼피디아의 대사이다.
자기가 배신하고는 책임 회피 오지구요…

애초에 배신의 단초인 흑인 경비원 살해는 물론이고, 조직만 배신한 것으로 모자라 딸까지 버리는 훌륭한 인성은 덤이다.

윌라 퍼거슨(샬린 캘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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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이상한 부모들에게서 태어난, 가장 멀쩡한 인물.
애초에 윌라가 제정신인 지점이 이 영화의 가장 큰 판타지라 느껴질 수 있을 만큼 온 세상이 억까하는 캐릭터다.

정작 본인이 사춘기인데, 오히려 마리∗나 빨아대는 아빠를 케어하는 판타지 히어로.
그리고, 판타지 히어로 답게, 문제도 스스로 해결해낸다. ㄷㄷㄷ

그 외에도…

세르히오 생카를로스(사부님)

image 예고편에선 웃겨보이지만, 막상 극장에서 보면 간지 폭풍임

재미있게도, 이 인물이 없었더라도 플롯에 거의 지장을 주지 않는1 캐릭터.
하지만, 배우가 무려 베네시오 델 토로이고, 그가 보여주는 많은 모습들은 미국 사회의 이면을 비판하고 있다.

라틴계 이민자들을 숨겨주고 탈출시키는 일을 몰래 하고 있으며, 그들의 정신적 지주이다.
“You know what freedom is?” / “No fear.”라는 그의 대사는 여러모로 큰 울림을 준다.

image 닌자… 아카데미…

도장 이름에 닌자가 들어가서 좀 웃기고, 도장 벽에 적혀있는 한글도 뭔가 어색하다.
정작 가르치는 건 가라테이고, 가라테의 카타(품세)를 윌라가 연습하는 장면이 나온다는 게 참…

크리스마스 모험가 클럽

백인 우월주의자들을 모두 집대성한 모임.
같은 백인임에도 유태인을 배척하는 모습까지 모든 면에서 완벽한 극우주의자 모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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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행정기관을 지배하는 수준의 조사 능력을 갖고 있고, 필요에 따라서는 회원 후보자도 살해하는 냉혹함도 갖고 있다.
체제라는 것을 유지하기 위해서 어떠한 더러운 짓까지도 할 수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물론, 록조는 애초에 흑인 여성과 관계를 가진 것 외에도 극우인사들에게 재정적 타격을 줬기 때문에 체제 유지와 무관하게 그냥 제거될 운명이었겠지만.

크리스마스의 기원이 되는 성 니콜라스의 이름으로 서로 인사를 한다.
이건 성 니콜라스가 왜 성인인지를 생각하면 통째로 놀리기 위한 설정.

베드퍼드 포레스트 훈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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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록조가 퍼피디아의 배신을 통해 조직을 소탕함으로써 받는 훈장.
KKK단 창설자의 이름을 딴 훈장으로 물론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 역시 크리스마스 모험가 클럽과 마찬가지로 극우주의자들을 놀리기 위한 설정.

기타 잡설들

〈다크 나이트〉

영화의 주제 등과는 하등의 관계가 없지만, 이 영화는 〈다크 나이트〉를 종종 떠올리게 만들었다.
록조는 동작 하나하나가 관객들에게 불쾌감을 줄 수 있도록 설계되었고, 숀 펜은 그걸 완벽하게 연기했다.

그가 등장하는 장면들은 여러모로 히스 레저가 연기한 조커를 떠올리게 만들었었다.

퍼피디아 부모 아이러니

퍼피디아의 부모는 퍼피디아는 혁명의 피가 흐르지만, 밥은 혁명에 방해가 될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결국 퍼피디아는 배신했고, 밥은 끝까지 혁명가들과 같은 편에 서있었다.

도주할 때도 딸인 샬린을 데리고 가지 말라고 했지만, 밥은 데리고 탈출했다.
아마도, 데리고 가지 않았으면 록조에게 제일 먼저 잡혀갔을 것이 분명하다.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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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적으로 무난한 번역이지만, 경찰 계급과 군대 계급을 오용하는 부분은 좀 거슬렸다.
심지어 조직에서 군 출신이 얼마나 도움이 되었었는지를 얘기하는데, 록조가 군인이 아니라는 뉘앙스를 품으며 말한다.
아니, 방탄조끼에 커다랗게 POLICE라고 적혀있는데 왜 계급이 대위/대령이야…

이 외에도 극우주의자 모임에서 사용된 대화들이 너무 밋밋하게 번역되어 있다.
애초에 원문이 인종차별적인 단어들인데 그걸 번역가/배급사가 왜 지들 멋대로 왜곡하지?

  1. 라이플을 준 것을 제외하면 플롯에는 영향이 전혀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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