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코어 도보여행 시도 결과…
얼마 전 이런 저런 복잡한 일이 있어 머리를 비울겸 도보여행을 계획했다.
4박5일 잡고 화끈하게 용인에서 춘천까지 가보기로 했다.
| day | 출발 | 도착 | 시간 | 거리 |
|---|---|---|---|---|
| 1 | 용인터미널 | 이천시청 | 7시간 16분 | 28.8km |
| 2 | 이천시청 | 양평군청 | 8시간 40분 | 34.2km |
| 3 | 양평군청 | 양평 대명모텔 | 6시간 17분 | 24.6km |
| 4 | 대명모텔 | 북방면 행정복지센터 | 8시간 52분 | 32.7km |
| 5 | 북방면 행정복지센터 | 춘천 시외버스터미널 | 7시간 50분 | 29.9km |
하루에 걸을 시간과 거리가 좀 길어보이지만, 아직 마음은 청춘이니까 도전했다.
코스는 고저차는 상당해도, 하루 평균 30km로 잡았으니 할만하다고 생각했지만…
코스 전체 지도
day 1
도시와 도시를 잇는 구간이라 마음 편하게 출발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고저차가 컸다.
게다가, 첫날은 코스를 적당히 잡아서 몸을 풀어야 한다는 상식을 어긴 게 컸다.
막판에 다리가 풀려서 겨우 숙소에 도착.
하지만, 역시 도보여행은 그 특유의 재미와 평소에 눈에 잘 들어오지 않던 것이 보이는 마법이 있는 법.
- 순수하게 걸어만 갈 수 있는 길이 너무나 없음
국도 따라 가는 거 생각보다 위험함 - 이 코스엔 쉴 수 있는 곳이 너무 없음
걸어다녀보니 도시에 공원이 이렇게나 없다는 걸 느낌 - 와잎좌랑 같이 다녔던 곳을 걸어서 지나가니 그 때의 기억이 천천히 떠오르는 마법
- 항상 다니던 곳인데, 저기 버스 정류장이 있는 지도 몰랐음
그리고, 그 버스 정류장은 너무나 소중한 휴식 공간!!! - 이천에선 대규모로 아파트를 짓고 있어1 걸어가기 힘들어[…]
- 모텔을 잡으려 하니 지역축제2가 있어 잡는 게 거의 불가능
이런 걸 준비하지 않은 스스로를 탓했고, 어째어째 잡을 수 있었음 - 저녁에 온라인 지인분을 만났는데 저녁을 사주심
너무 맛있었어요… ㅠㅠ
day 2
전날 다리가 풀린 게 완전히 회복되지 못한 상태로 출발했다.
많은 걸 준비했지만, 압박붕대는 챙기지 않았는데, 이걸 나중에 사려던 생각이 패착이었다.
이 날이 하필 토요일이라 압박붕대를 사려고 보니 정작 약국은 문을 이미 닫았다.
하지만, 우리에겐 다이소가 있었다!!

다이소에서 무릎 보호대와 압박붕대를 사서 감으니 늦게나마 걸을만 해졌다.
이 부분이 좀 쓰라린 게, 첫날 쓸데없는 객기 부리지 않고 무릎 보호대를 썼어야 했다[…]

결국 다리 상태가 너무 메롱이라 주변에 사는 친구에게 헬프콜을 치고 G.G. 선언.
그래도 역시 이 날도 별별 재미있는 일들은 다 있는 법.
- 이천 분수대는 몇 번의 개축을 했는데, 땅 속에 그 과거를 다 묻어둠
- 게다가 벤치 위에 무선 충전기가 있어 괜히 마음이 편해짐
- 다이소엔 다 있음
- 웨이포인트로 잡은 지점들이 막상 가보니 폐업한 곳이 많았음
- 교회를 제외하고는 그야말로 75% 정도는 폐업에 가까운 수준…
- 첫날도 그랬지만, 조금만 도심을 벗어나니 뱀이 많음
- 커다란 조형물을 만들어놓은 가게들에서 조형물 천천히 보는 재미는 역시 쏠쏠함
- 며칠 전에 해외 사는 친구가 모친상을 당해 입국했는데, 넘어진 김에 쉬어간다는 마인드로 모여서 한잔!
etc
애초에 잡은 코스 중 스스로 가장 의구심이 있었던 코스는 4일차 코스였다.
카카오맵에서는 길이 있다고 나오고 네이버맵에서는 길이 없다고 나오는 구간3이 있었다.
결국 여행을 중단해서 가보지 못했는데, 며칠 쉬었다가 그 코스만 가보기로 했다.
출발지점인 골박투두는 아예 주차할 곳이 없어서 바로 도착지점으로 돌아가서 차를 대고 역방향으로 올라갔다.
가다 보니 왜 그렇게 애매했나 알 수 있었다.
가시덤불이 있었고, 누군가가 조심하라고 가시덤불에 은색 스프레이로 칠을 해두었다.
즉, 억지로 길이라고 하면 길이고, 그냥 길이 없다고 생각하면 길이 없는 곳이었다.
사진으로는 잘 안 보이지만, 가시덤불임
역방향이 아니라 원래 코스 방향으로 왔으면 사고가 났어도 이상하지 않을 곳이었다.
실제로 돌아올 때 좀 가까워 보이는 쪽으로 갔다가 미끄러지기도 했고. ㄷㄷㄷ
① 산악 여행을 트래킹(tracking)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트레킹(trekking)이 맞는 표현임
② 그런데, 트레킹은 산악 행군에 가깝고 이 도보여행은 트레일링(trailing)이 맞음
③ 어쨌거나 도보여행을 계획할 때 하루에 7시간은 무리라는 결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