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사이언스의 관점에서 본 《그랑드자트섬의 일요일 오후》
이전 블로그(ZockrWorld)에 올렸던 글을, 리뉴얼차 현 블로그로 옮겨 재작성한 글입니다
이 작품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은 《명화 속 흥미로운 과학이야기》라는 책에서 얻었음을 미리 밝힌다.
쇠라의 걸작 《그랑드자트 섬의 일요일 오후》
간략한 작품 소개
최초 2008년에 [MBC 프라임]에서 방송한 쇠라의 그랑드자트 섬의 일요일 오후를 보고 적었던 글이다.
이 작품은 쇠라가 신인상주의 화풍을 열기 시작한 기념비적인 작품이지만, 당대에는 평가가 워낙 떨어졌기 때문에 이리저리 팔려다녔었고, 현재는 미국의 시카고 미술연구소에 전시되어 있다.
물론, 지금 와서 프랑스에서 억만금을 준다고 해도 이걸 되사갈 수 있는 가능성은 전무하다.
현재 이 작품은 시카고 미술연구소의 정체성 그 자체다.
프랑스에서는 물론 땅을 치고 후회하고 있다. 쇠라는 프랑스 사람인데!!!
이 작품은 워낙 유명해서 작품의 이름은 모르더라도 (게다가 워낙 길기도 길고) 그림 자체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워낙 편안한 그림이라 그림을 잘 모르는 평범한 사람들도 쉽게 볼 수 있는 작품이며, 수많은 형태(다른 스타일의 그림은 물론, 뮤지컬(그것도 스위니 토드의 작가인 손더하임의 뮤지컬), 동상 등등 너무나 많아서 다 열거도 되지 못할만큼의)로 재생산되었고, 작품성도 인정받았으며, 미술 교과서에도 등장한다.






컴퓨터 계에 미친 영향
그런데, 현대에 컴퓨터를 전공한 사람들에게는 또 다른 관점에서도 의미가 커다란 작품이다.
쇠라는 신인상파 화가였다.
인상파는 순간의 빛을 담기 위해 현란한 붓놀림으로 빠른 시간에 작품을 완성한 화풍이다. (후다닥 그렸다는 뜻)
하지만, 순간의 빛을 표현하기 위해 물감을 섞다보니 때로는 오히려 색이 칙칙해지는 부작용을 낳았다.
그러던 중 쇠라의 눈에 띈 책이 욍베르 드 쉬페르빌이라는 제네바 출신 화가가 쓴 《절대적인 미술 기호들에 관한 평론 Essai sur les signes inconditionnels de l’art》 (1827)이었다.
이 책에서는 최초로 빛의 3원색과 색의 3원색을 학문적으로 분석하여 빛은 가산혼합이 발생하고, 색은 감산혼합이 발생하는 것을 밝힌다.
인상파 화가의 작품들 상당수가 칙칙한 것은 결국 빛을 표현하기 위해 색을 너무 많이 섞은 것이 원인이라는 것을 학문적으로 밝힌 것이다.
이 책을 읽은 쇠라는 색을 이용해서 빛과 유사한 효과를 줄 수 있는 기법을 발견한다.
그 기법이 바로 점묘법이다.
흰색과 빨간색을 섞으면 분홍색이 되지만, 흰점과 빨간점을 같이 찍으면 분홍빛과 유사한 느낌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정식 미술기법으로 만들어낸 것이다.
이 작품이 은근하게 빛나보이는 것은 지극히 의도된 것이다.
그렇다. 쇠라가 (그리고, 선배 인상파 화가들이) 그렇게도 꿈꿔오던 빛을 화폭에 제대로 처음 담은 것이다.
하지만, 당대에는 이 기법이 얼마나 미술과 과학을 (도대체!!!) 얼마나 앞당겼는지를 알기는 커녕, 거대한 캔바스에 (무려 가로 3m, 세로 2m 이다!) 3년간 점찍고 장난친 게 아니냐는 평을 받았다.
덕분에 이 작품은 조금 방황을 하다가 자칭 예술의 국가 프랑스가 아닌 미국에, 그것도 한 때 범죄의 도시로 유명한 시카고에 둥지를 틀었다.
이후, 이 기법은 이후 더욱 과학적으로 분석되어 칼라 프린터와 같은 인쇄장치에서 4색(CMYK)으로 색을 분할하여 점으로 표현하는 방식의 기반을 이루게 된다.
현재 컴퓨터 내부에서 색의 처리는 대부분 RGB로 구분해서 처리하고, 필요에 따라 다른 구분을 사용한다.
이것은 미술 특히, 색채 분야에 있어서는 기본적인 지식이다.
또한, 전산학에서도 미디어를 처리하는 분야에 있어 가장 기본적인 배경지식이다.
(RGB, CMYK 그리고, YCbCr 까지가 가장 기본적인 색상 구분 단위)
이 부분에 대한 이론적인 배경을 제공한 것이 욍베르드였고, 이를 실제로 화폭에 최초로 구현한 사람이 쇠라였던 것이다.
우리가 칼라프린터를 사용할 때, 한번쯤은 쇠라에게 감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우리가 그냥 사용하는 그 기술이, 초기에는 단 한 사람이 방에 들어앉아서 이리저리 점을 찍어가며 연구했던 기술이기 때문이다.
간단한 책 소개
가끔씩 학교에서 미술시간에 배웠던 지식들이 얼마나 무지했는가하는 생각을 해본다.
미술은 그저 과학과는 동떨어진 것으로 생각한다면, 아래의 책을 한번쯤 읽어보기를 권유한다.
미술가들은 치열하게 당대의 과학을 우선적으로 받아들여 화폭에 담으려고 노력했었다.
그 결과가 우리가 걸작(masterpiece)이라고 부르는 작품들이다.
명화 속 흥미로운 과학이야기 | 이명옥 지음 | 시공사 펴냄
ChatGPT야 그림 그려줘
요즘 지브리 스타일을 포함한 다양한 스타일로 그림을 변형시키는 게 유행인 것 같다.
이 명화도 한번 변형을 시도해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