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7 다이아몬드는 영원히꞉ 코너리의 복귀가 독이 된 시리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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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들이 〈여왕폐하의 007〉에 대해 안 좋은 감정을 갖고 있다고 판단한 제작진은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보려 고민한다.
래젠비는 재계약 의사가 없다고 명확히 얘기했기 때문에 후임 배우를 찾으면서 동시에 코너리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티모시 달튼을 포함한 많은 배우들을 상대로 대규모 캐스팅을 거친 결과 존 개빈이라는 미국인 배우가 선발된다.
하지만, 결국 코너리가 한 편 더 찍겠다는 계약서에 사인을 하고, 존 개빈은 5만 달러의 위약금을 받고 물러나게 되며, 720만 달러를 투입한 이 영화는 1억 1600만 달러를 벌어들이게 되고, 코너리는 명예롭게 본드 역에서 은퇴하게 된다.
하지만…
〈다이아몬드는 영원히〉는 분명히 상업적으로 성공한 영화이다.
투자금액의 16배를 벌어들였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조금만 안을 들여다보면 이 영화는 전작들과의 연계성을 파괴시킨 나머지 시리즈의 구성에 있어 여러모로 독이 되기도 했으며, 007 영화로서도 상당히 밋밋한 영화이다.
0. 들어가기 전에꞉ 소설 vs 영화
일단 소설과 영화의 줄거리를 비교하면 다음과 같다.
소설 《다이아몬드는 영원히》는…
남아프리카에서 런던을 거쳐 미국으로 이어지는 거대 다이아몬드 밀수 조직 ‘스팽글드 모브(Spangled Mob)’를 소탕하는 본드의 잠입 수사극이다.
적은 라스베이거스를 장악한 형제 갱단인 잭 스팽과 세라피노 스팽이며, 본드는 밀수업자로 위장해 그들의 본거지인 ‘스펙터빌(Spectreville)’로 향한다.
여기서 만나는 티파니 케이스(Tiffany Case)는 영화와는 완전히 다른 인물이다. 그녀는 어린 시절의 끔찍한 트라우마를 딛고 밑바닥 인생에서 산전수전을 다 겪으며 살아남은 비정할 정도로 냉철한 프로페셔널이다. 남성을 불신하며 자신만의 견고한 성벽을 쌓은 그녀는, 본드에게 단순한 유혹의 대상이 아닌 실질적인 정보와 전술적 도움을 주는 대등한 파트너로 활약한다.
본드는 다이아몬드를 치과용 재료나 골프공 속에 숨겨 운반하는 아날로그하고 디테일한 밀수 파이프라인을 파헤치며, 결국 호화 여객선 퀸 엘리자베스호에서 벌어지는 처절한 결투로 조직을 궤멸시킨다.
하지만, 영화의 줄거리는…
스펙터의 수장 블로펠드가 밀수된 다이아몬드를 싹쓸이하여 거대한 레이저 위성을 만든다.
라스베이거스를 배경으로 블로펠드는 자신의 복제 인간들을 내세워 본드를 교란하고, 본드는 석유 시추선 기지를 초토화시키며 위성 발사를 저지한다.
가장 실망스러운 점 중 하나는 티파니 케이스의 캐릭터 훼손이다.
원작의 강인한 생존자였던 그녀는 영화에서 본드의 매력에 정신을 못 차리거나 결정적인 순간에 실수를 연발하는 ‘멍청한 여자의 전형(Dumb Blonde)’으로 전락했다.
소설 속의 차가운 지성과 프로페셔널리즘은 온데간데없고, 그저 화려한 가발을 바꿔 쓰며 우스꽝스러운 상황을 만드는 본드걸만 남았다.
그 외에도 이 영화의 문제점들을 구체적으로 보면 아래와 같다.
1. 코너리의 복귀로 오히려 모호해진 복수의 개념
가장 커다란 문제는 역시 복수의 개념이 모호하다는 점이다.
이 영화 한 편에서 본드는 무려 3번이나 블로펠드를 죽인다.
하지만, 복수를 하는 건지 마는 건지를 알 수 없다.
결국 〈다이아몬드는 영원히〉에서의 제임스 본드는 복수한다는 인상을 심어주지 못하고 〈여왕폐하의 007〉이 아닌 〈두번산다〉의 속편이라는 인상만 강하게 남겨준다.
그런다고 블로펠드는 또 본드를 못죽여서 안달이냐… 그것도 아니다 ㅠ.ㅠ
자기 부하들은 친히 자기 손으로 죽이던 블로펠드가 정작 숙적 제거는 눈 앞에서 똘마니들을 시킨다.
똘마니들 역시 한 칼에 죽이지 않고 질질 끌다가 탈출하게 놔두는 건 덤이다.
좀 더 자세히 보면 아래와 같다.
a. 오프닝(프리 타이틀 액션)
소설에서 폐인이 되어가며 고민했던 모습은 없고, 실실 쪼개며 복수(?)하려는 본드
전세계를 돌아다니면서 블로펠드를 찾는데, 잡히는 애들은 한대만 맞고 술술 불어대는 똘마니 수준이다.
(아무런 고문 없이 블로펠드의 은신처를 술술 불어댈 정도면 수준은 안 봐도 블루레이임)
결국 블로펠드를 슬쩍 침대에 묶어 용암(또는 뜨거운 진흙?)에 밀어넣자 그냥 죽는다.
b. 화이트 하우스
그나마 유일하게 웃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두번째 블로펠드 사살
화이트 하우스(백악관 아님)에서 본드는 두 명의 블로펠드와 마주치고, 그 중 한 명을 죽인다.
복수심을 죽이고 냉정하게 죽인다는 모습은 역시 없다.
c. 캘리포니아 앞바다 유전
돌아온 미소… 웃으면서 복수하는 것도 아니고 이건 뭐…
유전에서 탈출용 보트에 탄 블로펠드를 죽이기 위해 보트 자체를 건물에 충돌시킨다.
실실 쪼개면서 즐기는 모습만 보여준다.
(물론, 블로펠드도 끝까지 본드를 죽이려는 집념 따위는 없고, 그냥 치졸하게 도망만 다님)
2. 블로펠드의 미스캐스팅
영화는 영화이다보니 배우가 재활용되는 즉, 같은 배우가 전작과 다른 배역을 맡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다이아몬드는 영원히〉에서는 좀 우스꽝스럽다.
이 배우는 〈두번산다〉에서 헨더슨 역을 맡았고, 〈두번산다〉에서의 블로펠드는 도날드 플레전스가 연기했었다.
게다가 전의 두 작품에서 블로펠드는 김정일 옷을 입은 대머리라는 인상을 심어주고선 이번에는 백발의 블로펠드라니…
〈두번산다〉에서 한 칼에 죽어버린 헨더슨의 인상마저 남아있에 여기서의 블로펠드는 카리스마 따위는 못 보여준다.
그냥 때가 되면 튀는 악당일 뿐…
3. 다이아몬드 레이저 위성의 허무맹랑함
원작 소설 《다이아몬드는 영원히》는 그냥 다이아몬드 밀수에 대해서만 다루고 있었다.
여기에 볼 거리를 추가하고, 스펙터를 욱여넣으려 하다보니 밀수의 목적이 레이저 위성이라는 쪽으로 만들어졌다.
돈지랄… 아니, 다이아 지랄… 차라리 2mb처럼 봉헌(?)을 해라!
문제는… 저 정도의 다이아몬드를 가지고 있으면 뭣하러 귀찮게 레이저 쏴대고 협박하냐는 것이다.
그냥 경제적인 방법으로 접근해도 충분히 몇 나라를 가지고 놀 수 있을텐데, 삥이나 뜯냐는 것이다.
(이 점은 〈썬더볼〉과도 비교되는데, 소설 《썬더볼》의 스펙터는 신생 범죄집단으로 목돈을 위해 삥뜯음)
다이아몬드로 레이저 빔을 만들 수 있냐는 기술적인 문제는 차치하고도 말이다.
4. 액션 어드벤처와 스파이 스릴러 양쪽에서 방황하는 구성
전술했듯이, 원작 소설은 다이아몬드 밀수에 대해서만 다루는 스파이 스릴러이다.
그런데, 여기에 볼거리를 추가하는 과정에서 스펙터와 레이저 위성이 메인이 되어버린다.
그러다보니, 다이아몬드 밀수를 중심으로 하던 스파이 스릴러는 뒷전이 된다.
그런다고 액션 어드벤처 쪽은 잘 살렸느냐…
굳이 본드를 죽일 수 있는 상황에서 안죽이고 질질 끄는 것을 액션 어드벤처라고 부른다면 모르겠지만…
눈이 즐거운 장면은 별로 없다.
5. 우주 관련 시설은 이제 그만
성조기 배경의 어설픈 시뮬레이션 사이를 뛰어다니는 영국 스파이 007의 위엄
〈두번산다〉의 우주 씬에 대한 미련을 못 버렸는지, 이번에도 우주 관련 시설이 계속 나온다.
그런데, 공격용 레이저 위성이 등장하는 장면들 외에도 위와 같은 달착륙 시뮬레이션 장면이 등장한다.
그리고, 제임스 본드는 결국 이곳에 있는 월면차를 타고 탈출한다.
이게 뭣하는 짓인지 원…
(뒤에 다시 얘기하지만, 이 장면은 사실 다른 의미에서 의미가 있는 장면이긴 함)
6. 이젠 너무 늙어버린 코너리 경
이 영화에는 몸으로 때우는 액션이 세 장면 등장한다.
(물론 주적인 블로펠드와는 “절대” 싸우지 않음…)
그런데, 그 중 두 번의 액션에서 코너리의 본드는 힘이 없다.
오히려 이기는 것이 신기할 정도이다.
오프닝에서 블로펠드의 보디가드들과 싸우는 장면에서는 자기가 발로 차고는 자기가 뒤로 밀려버린다.
(소연이가 채치수를 밀려고하는 것 같음…)
게다가 액션의 구성도 밋밋해서 보기 안쓰럽다.
심지어는 블로펠드에게 등을 한참 보이고, 블로펠드는 이 본드를 그냥 놔두는 촌극도 벌어진다.
자기가 발로 차고는 자기가 뒤로 밀리는 제임스 본드
또, 밤비와 텀퍼라는 2인조 킬러(?)랑 싸우는 장면은 왜 들어있는지 모를 정도이다.
구성도 엉성하지만, 이기긴하는데, 저 상황에서 어떻게 이겼는지도 모르겠다.
이 싸움에서 진 너희들 둘은 도대체 직업이 뭐냐!
결국 코너리가 본드역을 고사했을 때 그만두도록 하는 편이 더 나았다는 생각이 들게하는 장면들이었다.
7.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 #1
a. 화면을 가득 덮은 옥에티
이 영화의 또 하나의 볼거리는 바로 웃기는 옥에티이다.
본드가 경찰차의 추격을 피해 차를 달리는 장면에서 한쪽 바퀴로 운전하며 탈출한다.
그런데, 들어갈 때와 나올 때의 방향이 반대다… ^^;;;;

한쪽으로 운전하는 것 자체가 결코 쉽지 않았을 건데, 고생해서 찍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더 웃음이 나오는 장면이다.
b. Elementry, Dr. Leiter?
홈즈 소설의 팬이라면 잘 아는 표현이 기초일세, 왓슨 박사(Elementry, Dr. Watson)이다.
재미있는 것은 사실, 이 표현이 홈즈 소설에 단 한번도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바스커빌의 개》를 보면 “Interesting, though elementary.”라는 말이 나오는데, 이것이 와전된 것이다.
각설하고, 제임스 본드가 밀수업자 피터 프랭크스의 시신에 다이아몬드를 숨겨서 미국으로 들어갔을 때 세관 직원 대신에 CIA 요원 필릭스 라이터가 나온다.
다이아몬드 밀수를 이미 알고 있는 필릭스는 프랭크스의 시신을 뒤지지만 찾지 못하고 본드에게 물어본다.
이 때 본드의 대답은…
Elementry, Dr. Leiter가 아니라…
Alimentary, Dr. Leiter이다.
alimentary canal… 소화관이라는 뜻이다.
의학용어라서 널리 쓰이는 표현이 아니기 때문에 제작자인 브로콜리는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시사회장에서 두명이 이 장면에서 낄낄거리는 것을 보고는 “저 친구들은 확실히 의사겠구만”라고 말했다.
c. Spectreville의 비극
원작 소설은 영화에 등장하는 스펙터(SPECTRE)와의 싸움이 아니라, ‘더 스팽글드 모브(The Spangled Mob)’라는 갱단 형제와의 사투가 주된 내용이다.
제임스 본드는 그들이 지배하는 본거지에 잠입했다가 붙잡혀 감금되는데, 서부 시대의 유령 도시를 개조해 만든 이 무법지대의 이름이 바로 ‘스펙터빌(Spectreville)’이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소설 《다이아몬드는 영원히》가 출간된 해가 1956년이라는 사실이다.
즉, 스펙터가 처음 등장하는 소설 《썬더볼》이 나오기 이미 5년 전에 이언 플레밍은 ‘스펙터’라는 명칭을 자신의 창작물에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훗날 케빈 맥클로리와의 지루한 법정 공방에서 플레밍이 허무하게 합의를 해준 배경에는 치명적인 건강 문제가 있었다.
플레밍은 이미 1956년에 ‘스펙터’라는 이름을 독자적으로 고안해냈다는 강력한 근거(스펙터빌)를 가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연이은 심장마비로 몸과 마음이 지칠 대로 지쳐 이 논리적 방어권을 제대로 펼쳐보지도 못한 채 저작권의 일부를 넘겨주게 된다.
이후 법적 권리를 확보한 케빈 맥클로리가 시리즈 내내 보여준 ‘지저분한 딴죽’과 소송전이 전혀 공감을 얻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작가의 비극적인 쇠약함을 틈타 창작의 전유물을 가로챘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기 때문이다.
8. 그 외에 소소한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
- 골드핑거의 쌍둥이 동생이 나오는 내용이 검토되었으나, 골드핑거 역을 맡았던 거트 프로베의 반대로 무산됨
- 〈여왕폐하의 007〉 엔딩이 오프닝으로 고려되었으나 여러가지 이유로 무산됨
- 가짜 달착륙선을 촬영장면을 묘사하는 장면이 있는데 당시 한창이던 달착륙 음모론을 담은 장면임
- 코너리의 출연료이 너무 높아 특수촬영 예산이 삭감되었음. 출연료는 125만 달러였는데, 당시에는 꿈도 못 꿀 액수임
- 코너리가 마지막으로 찍은 장면은 의식을 잃고 관에 들어가는 장면임.
그 날은 1971년 8월 13일 금요일로, 13일의 금요일임 - 최초에 블로펠드와 본드의 마지막 싸움은 라스 베가스의 카지노 소유주가 갖고 있는 요트 사이로 보트 추격전을 벌이는 것이었지만, 비용문제로 취소되고 현재의 썰렁한 장면으로 대치되었음
- 또한, 특수부대 대원이 헬기에서 내려와서 유전의 다리에 폭약을 설치해서 파괴하는 내용도 최초에는 검토되었다가 역시 취소되었으나, 이 내용은 결국 포스터에는 남았음
포스터에 선명히 남은 특수부대 요원들 - 블로펠드와 싸우는 내용이 주된 내용이지만, 정작 스펙터라는 명칭은 언급되지 않음
- 2004년 션 코너리 경은 월면차를 54,000 달러에 사들임
- 새미 데이비스 주니어가 까메오로 출연한 장면이 편집시 삭제되었음
- 화이트 하우스(Whyte House)는 사실 하워드 휴즈가 소유한 라스 베가스 힐튼인데, 휴즈가 영화의 16mm 프린트 필름을 갖는다는 조건으로 촬영을 허락했음
- 미스터 키드 역을 맡은 퍼터 스미스는 원래 재즈 음악가였는데, 이 영화가 첫 영화출연이었음
- 원작 소설에서 미스터 키드와 미스터 윈드는 어뢰(torpedo)라고 불리는 동성애자 킬러로 되어있지만, 영화에서는 어뢰라는 이름은 등장하지 않고, 성적 취향 역시 은근히 표현만 될 뿐 명확하게 묘사되지는 않음
(골드핑거의 푸시 갤로어와 비슷한 경우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