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7 뷰투어킬꞉ 용두사미가 돼버린 훌륭한 캐릭터
이전 블로그(ZockrWorld)에서 일부 이미지가 사라져버려, 이미지 복원차 현 블로그로 옮긴 글입니다
An I knowe’d John Peel and his Ruby too,
Ranter an’ Royal an’ Belman as true,
Frae the drag to the chase frae then to the view,
Frae the view to the death in the mwornin’.
0. 소설 《From A View To A Kill》
이 작품은 〈유어 아이즈 온리〉 편에서 잠깐 소개한 단편집 《For Your Eyes Only》의 한 작품이다.
줄거리는 단순하지만 명확 하다.
소설 《From A View To A Kill》의 줄거리…
SHAPE(나토군 최고사령부)의 전령이 프랑스 생제르맹 숲에서 살해당하고 기밀을 탈취당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M은 파리에 머물던 007을 투입하고, 본드는 전령의 이동 경로를 군사적으로 분석하며 숲속에서 며칠간의 매복(Stalking)을 감행한다.
결국 본드는 숲 바닥 아래 교묘하게 은폐된 소련 GRU의 지하 은신처를 찾아낸다.
다음 전령을 노리던 3인조 암살팀이 방심한 사이, 본드는 역매복을 통해 이들을 먼저 발견하고 전멸시킨다.
왠지 많이 보던 장면이 생각나지 않은가?

그렇다. 007 영화의 트레이드 마크인 오프닝 건 배럴(Gun Barrel) 씬이다.
자신을 노리는 킬러의 존재를 미리 감지하고, 상대가 방아쇠를 당기기 직전에 먼저 정확하게 사살한다.
하지만, 영화 〈뷰투어킬〉은 이 소설에서 ‘제목’과 ‘프랑스 배경’ 정도만 가져왔을 뿐이다.
오프닝 건 배럴 씬만 유일하게 소설에서 일부 차용한 거라고 해야 하나…
1. “(From) A View To A Kill”의 뜻은?
괴작 〈두번산다〉에 이어 〈뷰투어킬〉 역시 원작 제목에 담긴 함축적인 의미를 완전히 무시하고 뒤튼 사례다.
이 제목은 1800년대 초 영국의 전설적인 사냥꾼 존 필(John Peel)을 소재로 한 노래 〈D’ye ken John Peel〉의 가사에서 유래했다.
Yes, I ken John Peel and Ruby, too!
Renter and Ringwood, Bell man and true!
From a find to a check, from a check to a view,
From a view to a kill in the morning.
볼드 부분만 해석하면, “흔적을 찾을 때부터 확인할 때까지, 확인부터 발견할 때까지, 발견부터 죽일 때까지” 정도가 된다.
영화 제목 부분만 의역하면 “발견해서 사살까지” 정도가 될 것이다.
이는 단편 《From A View To A Kill》의 내용을 함축한 제목이 된다.
그런데… 영화 〈뷰투어킬〉에서는 조린이 열기구에서 내려다보며 메이데이와 지껄이는 대사로 변질되어버렸다.
Mayday꞉ Oh~ what a view!
Zorin꞉ To a kill.
대략 해석하면 “와~ 경치 죽이네!” / “다 죽여버리기 위한 경치지” 정도가 될까?
이 무슨 개념을 안드로메다에 보내버린 제목 센스란 말인가…
조린이 하려는 것은 살인(kill)이 아니라 학살(genocide)이라고!
게다가, 여자가 “보기 좋다“고 하니까 “다 죽여버릴거야!“라는 대사 센스는 대체 어디서 기어나온 건지 모르겠다.
女: 와~ 경치 죽인다! 男: 그래? 다 죽여버릴게. (이건 도대체 뭐냐고!)
2. 〈뷰투어킬〉의 장점꞉ 캐릭터가 살아있고 특수장비를 별로 사용하지 않음
오랜만에 캐릭터가 살아있는 악당들이 돌아왔다.
이무렵 007 영화에는 IQ 두 자리의 우등 인종 휴고 드랙스 등, 색깔이 뚜렷하지 않은 3류 빌런들이 계속 등장했었다.
하지만, 〈뷰투어킬〉에서 악당 2인조는 캐릭터 하나만은 짱짱하다.
게다가 〈옥토퍼시〉에 이어 본드카를 비롯한 특수장비를 거의 사용하지 않아 판타지스러움이 최소화되었다.
a. 강한 캐릭터 #1꞉ 조린 (Max Zorin)
죽는 순간까지 소시오패스의 모습을 확실히 보여준 크리스토퍼 워큰의 열연
조린 역을 맡은 크리스토퍼 워큰의 연기는 훌륭하다.
시종일관 소시오패스의 이미지를 깔끔하게 보여준다.
액션 쪽은 노력하는 모습에 비해 다소 부족한 면이 있지만, 전체적으로 소시오패스 이미지를 훌륭히 보여준다.
또한, 007 소설의 특징 중 하나가 등장인물의 과거 이력이나 왜 이 짓을 하는지에 대한 디테일한 설명인데, 영화에선 (소설의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자세한 설명이 거의 없었다.
〈뷰투어킬〉에서는 이 소시오패스에게 과거에 대한 설득력 있는 설명을 첨부했다.
b. 강한 캐릭터 #2꞉ 메이데이 (Mayday)
침대에서마저도 과격하기만한 터프걸 메이데이
〈골드핑거〉의 푸시 갤로어 이후 최초로 격투 기술을 보유한 본드걸이 등장했다.
(〈유어아이즈온리〉에선 석궁을 사용하지만, 논외로 함)
1:1 맞짱이라면 어떤 남자도 한 방이다.
c. 특수장비의 최소화
전작 〈옥토퍼시〉에서도 만년필과 추적장치 외에는 별다른 장비를 사용하지 않았는데, 〈뷰투어킬〉에서도 수표에 적힌 글자를 읽어내는 장비(?)와 유리창의 반사를 감소시키는 안경 그리고, 반지형 카메라의 세 가지 소형장비 만을 사용한다.
무려 루이비통 특수장비 ㄷㄷㄷ
하지만, 이 장면은 한편으로는 좀 아쉬운 것이 너무 루이비통 간접 광고의 티가 많이 난다.
저 상황에선 사실 연필 한 자루만 있으면 내용을 알아낼 수 있잖아…
3. 단점
a. 늘어지는 전개
사실, 영화 〈뷰투어킬〉은 007 영화(또는 스파이 영화)의 흐름을 충실히 따르는 영화이다.
임무를 지시받고, 충실히 임무를 수행하며, 이 과정에서 동료가 죽임을 당하고, 자신은 겨우 탈출한다.
그런데, 전체적으로 이 구성이 늘어져서 힘이 없고 답답하다.
b. 본드를 살려주지 못해 안달인 허술한 구성
관객들에게 ‘엘리베이터 뚜껑이 열린다’는 환상을 심어준 유명한 장면
〈뷰투어킬〉에서 죽는 본드 주변 인물은 고드프리 티벳 경, CIA 요원 척 리, 이름을 알 수 없는 KGB 요원의 3명이다.
그리고, 3명 모두 한 칼에 죽임을 당한다.
그런데, 유독 본드만은 물에 빠뜨리고, 엘리베이터에 가두는 등 빠져나갈 틈을 충분히 준다.
이런 장면이 반복해서 나오다보니 본드가 위기를 맞는 장면들은 도무지 박진감이 없다.
c. 우연의 연속
〈뷰투어킬〉의 힘을 빼버린 가장 큰 요인은 우연의 연속으로 구성된 시나리오이다. 제임스 본드 옆에는 마치 수호천사라도 있는 것처럼 물에 물 탄 듯, 구렁이 담 넘어가듯, 넘어가버린다.
- 본드가 잡혀야 할 상황에서 KGB 요원이 대신 잡히는데, 조린은 별다른 취조도 없이 바로 사살함
(조금만 취조했으면 산소통의 주인이 그 요원이 아니란 것을 알았을 것임) - 본드는 아무 한 일 없이 탈출하는데, 마침 KGB 요원 폴라 이바노바는 미리 녹음 다 해놓고 기다렸다 운전도 해줌
(게다가 소형 테이프도 아닌 일반 카세트에 녹음해서 카오디오로 들으려 함) - 메이데이는 갑자기 개과천선을 하고, 때마침 브레이크가 고장나서 죽어줌
- 그렇게 무사히 상황이 정리되는가 하니까 메인 본드걸 스테이시 서튼은 조린과 딱 마주치고 납치당함
- 조린 하나 죽이니까 열기구 쪽은 알아서 다이너마이트로 자폭함
d. 오히려 본드가 실수를 자처하는 경우도 있음
앗ǃ 거기가 아니라니깐ǃǃǃ
모든 상황을 주도해야 할 제임스 본드는 오히려 실수를 저질러서 위험에 빠진다.
(호르몬이 들어있는 시험관을 잘못 꽂는 실수를 함)
천하의 제임스 본드가 이럼 안 되지… ㅠ.ㅠ
e. 메이데이는 전형적인 몸만 좋은 바보
조린은 2차대전 중 실험실에서 만들어진 소시오패스 천재이다.
천재답게, 다양한 외국어 구사능력도 갖고 있고, 순간적인 판단력도 발군이다.
아무런 티도 나지 않게 본드의 정체를 알아내기도 한다.
본드의 정체를 한 칼에 알아냈지만, 정작 본드는 들킨지도 모른다는 거…
하지만, 조린 옆에서 항상 조린과 함께 하는 메이데이는 (베드씬을 제외하고는) 죠스에 가까운 이미지이다.
본드와 파리 시내를 가로지르는 추격전을 벌였지만, 그 얼굴을 기억하는데 상당한 시간을 허비한다.
이것만으로 모자라 개과천선까지 한다.
이제야 생각났삼~ 에펠탑의 그 놈이삼~
f. 상당히 심각한 무어의 나이
대본의 취약함과 더불어 여기서 쉽게 볼 수 있는 약점은 무어의 나이이다.
이제 거의 환갑에 가까운 나이이다보니 주름살도 너무 많고, 목소리도 연로해보인다.
물론, 액션은 늘어지고, 대역을 사용한 티도 아주 많이 난다.
g. 잘 구축된 캐릭터의 자체 붕괴
잘 길러놓은 직원들을 몽땅 학살하는 이해가 가지 않는 판단력를 과시하는 조린
조린 및 메이데이는 잘 만들어진 캐릭터이다. 성격도 뚜렷하고, 강렬하다.
하지만, 마지막 장면에서 조린은 부하들을 학살하고, 메이데이는 개과천선함으로써 캐릭터를 자체 붕괴시킨다.
양쪽 모두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 구성이다.
(메이데이는 늙은 무어와 결투하는 장면을 넣기가 애매해서 였을까?)
4. 살짝 묻어나는 전작들의 흔적들
a. 〈골드핑거〉
〈뷰투어킬〉은 여러 장면에서 〈골드핑거〉의 흔적들이 보인다.
특히, 비행선 안에서 작전 브리핑을 하는 장면은 정말 비슷하다.
디테일한 세트를 만들어놓고, 조직의 대표들을 불러서 얘기하는 것부터 반대하는 한 명을 따로 살해하는 것까지 말이다.
또, 이 외에도 전체적인 구성이 〈골드핑거〉와 상당히 비슷하다.

또, 스테이시의 집에 있는 고양이의 이름이 푸시(Pussy)인데, 이건 은근히 〈골드핑거〉의 푸시 갤로어를 연상시킨다.

b. 〈황금총을 가진 사나이〉/〈옥토퍼시〉
척 리 역을 맡은 데이빗 입은 〈인디아나 존스: 마궁의 사원〉에서도 죽는 역을 맡았음
사실은 전작의 흔적은 아니다. 본드걸 중 유일하게 두 번 본드걸을 연기한 모드 아담스가 〈뷰투어킬〉에 등장한다.
촬영장에 그냥 인사차 왔다가 제작진이 재미로 출연시킨 것이다.
화면 가운데 검은 옷에 갈색 겉옷을 입은 썬그라스 쓴 여자가 바로 모드 아담스이다.
5.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들
- 영화 초반에 조린(Zorin)을 포함한 어떤 이름도 실제 회사나 사람과 무관하다는 문구가 나왔는데, 촬영이 끝날무렵 Zoran Ladicorbic Ltd.라는 패션 회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임
Zoran과 전혀 무관한 Zorin… - Q가 만든 이동형 탐지장치는 강아지처럼 생겼는데, 이름은 스누퍼(Snooper)로 스누피의 패러디라는 인상이 강함

- 조린의 열기구는 제작비를 절감하기 위해 한쪽면만 페인트를 칠했음

- 파인우드 스튜디오에 있는 007 스테이지가 1984년 6월 27일 화재로 파괴되었고, 4달도 되지 않는 기간에 완전히 복구되어 “The Albert R. Broccoli 007 Stage”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음
재미있는 것은 주제가 〈A View To A Kill〉에는 ‘dance into the fire’라는 가사가 나온다는 점임
(이 007 스테이지는 2006년 6월 〈카지노 로얄〉 촬영 후 또 소실됨) - 돌프 룬드그렌이 영화에 잠깐 얼굴을 비추는데, 그레이스 존스의 남자친구였기 때문에 역을 맡을 수 있었으며, 이 영화는 그의 첫 출연작품임
(두번째 작품이 그 유명한 〈록키 IV〉의 드라고 역임)
자기야… 고마워… - 고드프리 티벳 경은 1962년형 은색 롤스 로이스(Rolls Royce Silver Cloud II)를 타는데, 사실 이 차는 제작자 알버트 브로콜리의 차이며, 호수에 빠지는 장면에서는 복제품을 사용했음
유명한 옥에티: 창문이 열렸다 닫혔다 난리가 아님 - 무어는 이 영화를 찍으며 스테이시 역을 맡은 타냐 로버츠의 어머니가 자신보다 젊다는 것을 알고 본드 역을 그만두기로 결심했다고 함
- 제임스 본드와 스테이시가 샌프란시스코 시청을 탈출할 때 나오는 음악은 주제가 〈A View To A Kill〉 중에서 ‘dance into the fire’ 부분임. 이 부분은 작곡가 존 배리의 장난임
기껏 불을 피해(out of fire) 탈출했지만, 음악은 불 속에서 춤을(dance into the fire)이라니… - 프리 타이틀 액션에서 소련군 한 명이 실제 로저 무어 경의 이름을 부름. “Pomageete! Roger Moore pomageete!“이라고 말하는데, 이 말은 “도와줘! 로저 무어, 도와줘!“라는 뜻임
도와줘! 로저 무어, 도와줘! (이런 장난이 있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