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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 No〉(1962)부터 〈Casino Royale〉(2006)까지 007영화는 무려 44년간 21편의 시리즈물을 지속해왔다1.\

이 중 20번째 007영화인 〈Die Another Day〉를 제작하면서 제작진은 2002년에 영화를 공개하는 것으로 일정을 정했다.

첫 소설인 《Casino Royale》이 집필된 것이 1953년으로 50년째 되는 해이며, 첫 영화인 〈Dr. No〉가 개봉된 것이 1962년으로 40주년이 되는 해였기 때문이다.

더불어 이러한 상징성을 극대화시키기 위해서 앞선 19편의 영화들의 장면이나 상징들을 하나 이상 포함시키기로 했다.

그리고, 화려한 영상을 담기 위해 리 타마호리 감독에게 메가폰을 맡긴다.

결과적으로 이 영화는 1억 4,200만 달러를 투입해서 전세계적으로 4억 3,200만 달러를 벌어들였으니까 투자금액의 3배가 넘는 수익을 거둬들였고, 역대 007 영화 중 최대 수익을 거둔 작품이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한반도 현실을 왜곡했다”는 차인표 씨의 발언에 힘입어 관객들의 자발적 관람거부 끝에 흥행에서 참패를 기록했는데, 차인표 씨의 얘기는 뭔가 좀 이상하다.
어떤 현실을 왜곡했다는 걸까? 북한이 테러국가가 아니라는 얘기일까?
(하긴, 북한에 있기에는 너무 첨단제품이 많지…)
당시에 미국이 뻘짓을 많이 해서 반미감정이 많이 고조되었는데, 반미감정이 친북감정으로 변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런데, 이 영화는 너무 많은 것을 담으려고 하다보니 정신이 없다.
게다가 너무 볼거리에만 치중하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초반의 스릴과 힘은 중반에 가면 다 빠져버리고 어색하기 짝이 없는 장면만 계속된다.

덕분에 비평가들은 (영화의 흥행과는 무관하게) 이 영화에 대해서 수많은 비난을 쏟아내게 된다.

이 영화의 문제점들을 아래와 같다.

1. 배경이 되는 국가에 대한 고증 수준이 낮음

이 영화의 주된 배경이 되는 북한에 대해서는 특히 고증 수준이 처참하게 낮다.

북한군에 있지도 않은 고급 가죽 군복… 고증 좀 잘 하라우!

이 영화의 배경 중 상당부분이 북한이다. 그렇다면 북한에 대해서 고증을 해야 하다.
(어차피 즐기며 보는 킬링타임용 영화지만, 1억 4,200만 달러짜리의 비싼 영화에서는 고증은 필수임)

북한은 가난하기 때문에 군인들에게 줄 것은 훈장 쪼가리밖에 없다.
그래서, 진짜 북한 군인들 보면 왼쪽 가슴에 기장을 주렁주렁 달고 다닌다.
그런데, 영화에서는 가죽 군복에 깔끔한 기장이라니.
또, 북한군 병사의 복장은 얼핏 보면 비슷해보이지만, 전혀 다르다.

게다가 말 많았던 창천 2동대가 적힌 군복을 보면 두 요원이 왜 이 옷을 입고 침투했는지를 알 수가 없다.
북한군 중에는 백인이나 흑인이 없으니까 보이는 즉시 들켜버린다.
(군대 갔다오신 분들… 자기 부대에서 외국인이 자기부대 군복 입고 있으면 모를 바보가 있던가요?)

image 어짜피 보자 마자 족칠 거… 차라리 까만 전투복을 입지…

덜 떨어진 고증 수준에 덧붙여서, 아무런 도움도 안 될 북한군 군복을 입은 설정은 이 영화의 처절하게 낮은 완성도를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다.

또, 마지막 장면 쯤에 나오는 정체불명의 절이나 소를 이용해 농사 짓는 모습은 어느 나라인지도 모를 배경을 보여준다.
북한이라면… 미국과 영국의 요원은 대담하게도 북한에서 사랑을 나누고 있는 것이 되고, 남한이라면… 제작진은 초고속 인터넷의 천국 대한민국을 전혀 모르고 있다는 얘기가 되잖아…

2. 제임스 본드의 능력도 들쑥날쑥함

영화 앞과 뒤의 장르를 다르게 배치했는데, 이 덕분인지 본드의 능력도 서로 다르고 들쑥날쑥하다.

북한에 14개월동안 감금된 동안 전혀 탈출하지 못했던 본드는 구출되고 나서 다시 갇힌 병원에서는 가볍게 탈출한다.
본드가 아군으로부터는 탈출할 줄 알고 적진에서는 탈출할 줄 모르는 스파이였다고?
골드핑거〉에서 장난처럼 감옥을 빠져나왔던 제임스 본드 아닌가…

또, 오프닝에선 문대령과 싸우면서 연신 얻어터지기만 했는데, 뒤의 칼싸움 장면에서는 대등한 전투력을 보여준다.
14개월여동안 문대령은 펜싱도 배우고 단련을 했지만, 정작 본드는 고문밖에 당한 것이 없었잖아…
(네가 정녕 사이어인인 거냐? 죽을 지경이 되면 전투력이 상승하는…)

3. 너무 많은 이슈를 담음

이 영화는 놀랍게도 “분쟁지역 다이아몬드”까지도 다루고 있다.

2001년 조지고 부시는 미쿡 대통령(George War Bush)이 북한악의 축으로 규정한 이후 이 영화가 개봉되었다.
덕분에 이 영화는 북한에 대한 우려의 시각을 담게 되었다.
(이 영화가 나오며 북한에 대한 세계인의 시각을 알 수 있게 됐는데, 많이들 “이와 유사한 상황이 가능하다”고 인식하고 있었음)

또, 구스타프 그레이브(GG)가 판매하는 다이아몬드는 분쟁지역 다이아몬드(conflict diamond)로서 이 영화에서는 북한군인 문대령은 분쟁지역 다이아몬드를 세탁해서 유통하는 모습으로 나온다.
즉, 영화 〈블러드 다이아몬드〉(2006)가 나오기 4년 전에 이미 분쟁지역 다이아몬드를 소재로 다룬 영화가 나왔던 것이다.

image 분쟁지역 다이아몬드의 더러움을 고발했던 영화 〈블러드 다이아몬드〉

게다가 전작 19편에 대한 오마쥬까지 담다보니, 이 영화는 핵심이 없이 이리저리 방황하는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게 된다.

4. 앞부분과 뒷부분의 장르가 달라보임

이 영화의 러닝타임은 2시간 12분 33초이다. (Ultimate Edition DVD 기준)
그런데, 딱 한가운데인 1시간 6분 16초에서 애스턴 마틴 Vanish가 등장하다.

image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냐?

그리고, 이 전까지 분명히 스파이 스릴러의 모습을 보여줬는데, 여기부턴 볼거리에만 치중한 액션 어드벤처 SF로 변신한다.
(간만에 보여준 칼싸움 액션까지는 정말 볼만했음)

저 위의 투명 애스턴 마틴은 그 볼거리를 위해서만 구성됨의 상징과 같은 소재이다.
이 장면 이후 빙하 절벽에서 낙하산을 타고 내려오는 장면이나 애스턴 마틴 vs 재규어의 자동차 격투(?)장면, 수송기에서 떨어지는 헬기타고 탈출 장면 등 볼만은 하지만, 실속이 없는 장면들이 1시간동안 펼쳐진다.

5. 황당무계한 설정 남용

영화는 기상천외 해야지 황당무계 하면 안 된다.
이 영화는 전혀 기상천외 하지는 않으면서 황당무계 하기만 하다.

앞에 언급한 투명한 애스턴 마틴뿐만 아니라, 유전자 조작으로 사람이 바뀌는 설정도 황당무계하다.

image 성형수술 없이 이게 된다고?

골수를 이식받은 뒤에 혈액형이 바뀌는 등의 현상은 분명히 있다. 그렇다고 골격과 피부색이 변하지는 않는다.
문대령과 자오 모두 원판과 수정 후의 골격이 다른데, 알바레즈 클리닉에선 유전자 조작만으로 골격이 바뀌는 것으로 보인다.

6. CG의 과도한 사용으로 뮤직비디오가 돼버림

언제부터인지 확실하지는 않은데, 제임스 본드 시리즈는 스파이 스릴러에서 액션/어드벤처로 바뀌었다.
(아마 2002년 경 Special Edition을 출시하면서 The original Action/Adventure hero, James Bond. Own him this fall.이라고 광고한 것이 처음인 것 같음)

앞의 4번에서도 언급했듯이, 후반부는 스파이 스릴러를 완전히 버리고 액션/어드벤처로 변신해버렸는데, 〈인디아나 존스〉처럼 아날로그 느낌이 나는 멋진 액션/어드벤처도 아닌, CG 떡칠 액션/어드벤처로 장르가 바뀌어버린다.

그러다 보니 후반부는 1시간짜리 뮤직비디오가 되어버렸다.
차가 사라지는 장면을 포함한 자동차 결투씬이나 빙하가 녹아서 쪼개지는 장면, 패러세일링, 수송기 뒤에서 고가의 자동차가 떨어지는 장면까지 비싼 블럭버스터라는 느낌보다는 돈만 쳐바른 뮤직비디오라는 느낌만 가득하다.

7. 19편에 대한 오마쥬는 패러디로 바뀌고…

분명히 영화 제작진이 기획했던 건 오마쥬였을 건데, 결과물은 그저 지루한 패러디 영화일 뿐이었다.

앞에 얘기했듯이, 이 영화는 앞선 19편의 007영화를 정리하는 영화이다.
그 과정에서 앞의 19편의 영화를 포함하여 이언 플레밍의 007 소설, 배경 등에서 소재를 갖고 온 부분이 아주 많다.
즉, 자신의 시리즈에 대한 오마쥬를 집어넣었다.

그런데, 그런 장면들을 너무 많이 집어넣고, 다른 내용도 마구 욱여넣다보니 오마쥬보단 패러디란 느낌이 훨씬 강하다.

게다가, 영화의 방향이 패러디가 아닌가하는 의심이 더 들게 하는 것은 마지막 부분이다.

영화 끝부분에 머니페니가 시뮬레이션으로 제임스 본드와 사랑을 나누려고 하는 장면이 있는데, 이 장면은 전편들에서 보여준 흐름를 아예 붕괴시켜버리는 장면이다.
둘의 관계는 애매한 선을 유지했는데, 아무리 시뮬레이션이라지만, 그 선을 깨뜨리다니…


이러한 문제점을 일거에 해소하기 위해서 최신작인 〈Casino Royale〉에서는 디지털을 최대한 배제하고, 거의 대부분을 피가 튀기는 아날로그로 촬영하게 된다.
그 결과 〈Casino Royale〉은 비평과 흥행의 두 마리 토끼를 잡게 된다.

  1. 원 글의 작성일자인 2008년 3월 14일 기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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