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기에 앞서

영화 〈파묘〉의 흥행 바람이 심상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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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영화판의 흥행은 그야말로 암흑기가 따로 없을 지경이었다.
덴트폴 무비 몇 개로 기본 매출은 쉽게 올렸던 시절은 지나가버린 것이다.

스판덱스 입히고 CG만 떡칠하면 극장에서 돈을 써주던 관객들이 진실을 깨달아버린 것이다.
영화 제작자들은 관객이 더 멍청해져서 주머니만 더 열어주기를 바랄 뿐이라는 것을.

image 영화에 스토리텔링이 왜 필요함? 이런 거나 그려서 던져주면 멍청한 관객들이 돈 쓸건데? → 실패

우리 나라의 영화도 이 칼바람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최근엔 흥행작은 커녕 기억에 남는 영화 자체가 별로 떠오르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개봉한 〈파묘〉가 흥행을 하고 있다는 자체가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파묘〉의 장르

영화 〈파묘〉는 장재현 감독이 〈사바하〉에 이어 다시 한번 도전한 오컬트 장르의 영화다.

이 영화는 한국의 전통적인 풍수무속일본식 오니까지 적절히 엮어서 만든 작품이다.
영화는 총 6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전반부/후반부로 나누면 3장까지가 전반부.

전/후반부는 연관이 있으면서도 전개방식이나 주제가 완전히 다른데, 이 연결이 꽤 자연스럽다.
이 점은 우리의 근대사를 돌아보게 하는 효과도 꽤 있어보인다.

전반부의 구성들은 관객들에게 꽤 익숙한 풍수/무속 영화의 흐름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이 세계관을 쉽게 설명함과 동시에 후반부에 대한 빌드업 역할을 한다.

image 도깨비 신부에서 무당으로 거듭난 김고은 (그거 아냐)

이 과정에서 그 조직의 경례를 보여주는 건 살짝 웃음이 나오는 대목.
그 두 나라가 추축국(Axis)이긴 했지만, 그 동네에선 그 자세를 취하진 않았기 때문.

image 이걸 보는 관객들이 조금만 찾아보면 이 자세가 근본 없는 건 아니라는 걸 알게 될 거임

후반부에선 전반부보다 좀 더 강한 오컬트 장르를 보여준다.
전반부에서 보여준 혼령보다 훨씬 강력한 정령이 물리력을 행사하는 것을 보여준다.

이 구성은 우리 근대사에 대한 많은 은유를 내포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을 것 같다.

〈파묘〉 등장인물의 이름

영화의 주요 4인방의 이름은 모두 독립운동가분들의 이름이다.

무당 이화림 지관 김상덕 장의사 고영근 법사 윤봉길

이화림(김고은 분), 김상덕(최민식 분), 고영근(유해진 분), 윤봉길(이도현 분) 모두 독립운동가.
특히 이화림 선생님의 경우 백범 김구 선생님의 비서 및 밀정 색출까지도 맡으셨던 투사.

김상덕 선생님은 임시정부를 거쳐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하셨던 분이다.
물론, 이 반민특위는 이승만에 의해 해체된다.

고영근 선생님은 우장춘의 부친 우범선을 제거하신 분이다.
우범선은 민비 시해 사건때 훈련대 2대대장으로 조선쪽 계획암살자 안내를 맡았던 악질 매국노.

윤봉길 선생님은 훙커우 공원 의거 덕분에 결국 대한의 독립까지 얻어낼 수 있었던 분이고.
(이 과정에서 처칠은 대한 독립에 반대했으나 장제스의 고집으로 독립을 얻게 됨)

이런 네이밍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반일 감정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다.
소재의 많은 부분을 근대사를 은유하는 쪽으로 차용했음에도 말이다.

오히려 이 영화에선 이런 부분을 언급하지 않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를 보여준다.
지관 상덕의 상처나, 무속인 화림이 집중 못하는 장면들을 통해 현실 세계에서의 우리는 상처를 어떻게 바라보고 또, 어떻게 이를 딛고 나가야하는지를 보여주는 구성이 돋보였다.

오컬트 스릴러로서도 훌륭한 영화지만, 이런 부분에서도 매력적인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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