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포스팅에서 원작을 베끼고도 실패한 이유를 얘기했었다.
그런데, 원작과 무관하게 이 영화는 스스로도 총체적 난국이다.

이 영화의 망작스러운 점들을 원작과 무관하게 크게 네 가지 포인트로 짚어본다.

1. 제작진의 무능: 트렌드를 읽지 못하는 오만과 착각

  • 시대착오적인 ‘히어로 해체 서사’의 맹신
    제작진은 기본적인 영웅의 서사나 매력조차 제대로 쌓지 못한 상태에서, 트렌디해 보인다는 이유로 히어로 해체를 시도했다.
    image 수퍼히어로 하시려면 술도 드시고 하셔야죠 이 시도는 안일하기 짝이 없을 뿐더러, 관객에게 피로감만 안겨주는 유행 지난 접근 방식이다.
    물론, 제작진은 이걸 세련된 연출이라 착각한 것 같고.
  • 겉핥기식 여성 해방 서사의 헛발질
    당연히 〈매드맥스〉를 베낀 거지만, 어디서 기어왔는지 모를 1차원적 여성 해방 서사를 끌고 왔다.
    image 2세를 낳기 위해 끌려간다는 최신 여성 해방 서사 그래서 이 영화는 유치한 프로파간다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서브 주인공인 루시가 그저 작위적이고 발암 캐릭터로밖에 기능하지 않는 건 그 흐름의 연장이다.
    고뇌를 통해 스스로 단단해지는 건 다 버려야 할 구식 가치인 것이다. image 스스로 강해지는 여성은 남성들이 원하는 가치라고! 여성은 보호만 받아야지!
  • 반려견 캐릭터의 황당한 소모
    극 중 등장하는 반려견 캐릭터마저도 매력적인 동반자가 아닌, 통제 불능의 짜증을 유발하는 요소이다.
    image 우리 개는 물지 않아요 “말 안 듣는 개는 꼴보기 싫다”는 지극히 상식적이고 감정은 무시하고 매력 없는 트롤링만 반복한다.
    이런 것 하나하나가 관객을 가르치려 드는 PC질의 연속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 주연 배우의 황당한 인터뷰 대응
    수퍼 히어로 장르의 주관객층은 남성이다. 그런데, PC 관객층(LGBTQ)이 던진 떡밥을 여주가 덥썩 물어버렸다.
    이 영화에서 LGBTQ는 전혀 다루지 않는데, 여주 밀리 올콕은 술에 취한 듯한 발언을 해버린다.
    이 부분은 분명히 제작진의 무능이다.
    애초에 이런 공격은 당연히 있는 거고, 홍보 과정에서 배우에게 적절한 훈련을 제공해야 한다.
    하지만, 올콕은 그냥 황무지에 내버려졌고, 떡밥을 물어버렸다.
    그 LGBTQ 낚시꾼들이 영화를 보기라도 했다면 영화 흥행이 이 따위는 아니겠지요

2. 각본의 무능: 구멍 숭숭 뚫린 개연성과 설정 붕괴

  • 오프닝부터 무너진 개연성
    극 초반의 몰입도를 책임져야 할 학살극 장면부터 납득이 가지 않는다.
    무의미한 학살을 일삼던 빌런들이 굳이 루시만큼은 아무런 이유 없이 살려둔다.
    뒤쪽의 줄거리에 맞추려면 영화가 애초에 루시를 납치하면서 시작했어야 하지만, 알게 뭐야…
  • 기준을 알 수 없는 ‘3일’의 미스터리
    작품 안에서 긴장감을 조성하기 위해 던지는 3일이라는 제한 시간이 도대체 뭘 기준으로 하는지 모르겠다.
    지구의 자전 주기인지, 아니면 그들이 머무는 행성의 기준인지조차 알 수 없다.
    이 와중에 사용하는 스톱워치는 또 크립톤 행성 제품이다…
  • 맥락 없는 ‘로보(Lobo)’의 등장
    세계관 내에서 강렬한 존재감을 자랑하는 로보라는 캐릭터를 데려왔다.
    그런데, 막상 보면 왜 등장했는지 그리고 왜 그런 식으로 행동하는지 관객을 전혀 설득하지 못한다.
    화끈한 살육은 로보에게 맡기고 정의로운 싸움만 수퍼걸에게 줄 생각인 건가…
    image 여성 서사로 막 몰고가다 갑자기 등장하는 로보
  • 무엇 하나 이해되지 않는 수퍼맨 관련 지점들
    DC의 상징이자 수퍼걸 서사의 거울인 수퍼맨에게 던지는 바지 위의 팬티라는 해묵은 조크는 유치함을 넘어 불쾌함을 준다.
    애초에 잭 스나이더 세계관에서 없앤 걸 제임스 건이 굳이 되살린 건데, 이걸 다시 조크로 써먹다니…
    작품의 톤앤매너를 스스로 깎아내리는 삼류 유머가 훌륭하다.
    또, 작중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 “그는 모두에게서 좋은 점을 보지만, 나는 진실을 본다”.
    이런 중2병 대사를 읊었으면, 수퍼걸이 뭔가 진실을 보는 장면이 있어야 하지만, 그런 거 없다.
    얘가 대체 무슨 진실을 봤지?
  • 크립토나이트 화살을 ‘정신력’으로 극복하는 설정 파괴
    크립토나이트는 크립토인에게 치명적인 약점이다.
    하지만, 주인공이 그저 의지정신력만으로 이겨내는 황당한 전개를 보여준다.
    세계관의 절대적인 대원칙마저 무시하는 무리수는 각본가의 역량 한계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아니, 원작에서 코메트1는 대체 왜 죽은 거야? 설마 그저 남성이라 죽은 거라 생각한 거였어?

3. 액션의 무능: 카피캣의 한계와 조잡한 연출

  • 〈더 마블스〉의 열화판 워프 액션
    영화에서 뜬금없이 여성 해적단을 등장시킨다.
    image 여성 해방 서사라면 여성 해적단이 나와야지요… 그러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난잡한 연출을 남발한다.
    image 모든 관객이 사랑해서 〈더 마블스〉에서 베껴온 워프 액션 영화 〈더 마블스〉에서 이미 혹평을 받았던 산만한 워프 액션을 어설프게 베껴온 것이다.
  • 기본기 없는 덜떨어지는 액션 시퀀스
    원작에서의 크램은 힘도 별로 없는 3류 악당이다.
    하지만, 영화에선 떨어지는 전차를 한 손으로 받는 피지컬을 보여준다.
    image 놀랍게도 정말로 떨어지는 전차를 한 손으로 받는 장면 맞음 이렇게 초인들이 힘을 쓰는 스케일임에도 불구하고, 타격감이나 중량감이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
    image 솔까, 범우주적인 초인이 옆차기를 왜 수련했는지도 의문임 CG는 조잡하고, 적당히 잘라붙이다 말아버린 점프컷이 너무 많다.
    심지어 돈을 아끼기 위해서인지 액션의 대부분은 어두운 배경에서 진행된다.

4. 유일한 장점?: 극장을 나서는 발걸음이라도 가볍게

  • 쿠키 영상이 없다는 안도감
    이 재앙 같은 영화가 관객에게 베푼 유일한 자비는 무의미한 쿠키 영상를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관객의 소중한 시간을 더 이상 빼앗지 않고 깔끔하게 끝내준 것만이 이 영화의 유일한 미덕이다.
  1. 원작에서는 이 크립토나이트 화살을 코메트가 대신 맞고 희생하는 게 수퍼걸을 폭주시키는 계기가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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