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스포일러가 잔뜩 포함된 글입니다

영화 일반

〈혹성탈출꞉ 새로운 시대〉는 2011년 개봉한 〈혹성탈출〉 시리즈의 네 번째 작품이다.

image 얘 이름이 노바(Nova)인 것부터 다 이유가 있는 것…

제작 초기에는 시리즈의 리부트가 아니냐는 소문이 있었지만, 결국은 시리즈의 연작으로 결정되었다.
하지만, 이 영화의 지향점은 심각할 정도로 명확하다. 1968년 개봉한 〈혹성탈출〉의 리메이크 아닌 리메이크.

오마주에 함몰

이 점을 명확히 보여주는 것은 영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끊임없이 등장하는 오마주들이다.
이렇게 오마주에 함몰되어 산으로 간 영화로 〈007 어나더데이〉가 있는데, 이와 별반 다르지 않은 수준.
아니, 〈어나더데이〉는 그냥 액션 보는 맛은 있었는데, 이 영화는 액션마저 지루하다.

원래, 리부트된 〈혹성탈출〉에서 주인공의 이름이 시저인 것부터 원작의 오마주였다.
하지만, 기존 리메이크 3부작은 최소한의 요소만을 남기고 새로운 이야기를 펼쳤었다.
시저라는 이름, No라는 표현 등만 남기고 새로운 이야기를 펼쳤던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렇지 않다.
어떻게 해서든 전작들의 오마주를 우겨넣었고, 그로 인해 이야기는 헐거워졌다.

영화에 보여주는 주인공은 누가 봐도 노아고, 빌런은 프록시무스다.
그런데, 서사의 흐름을 보면 왜 그런지 알 수 없다.
프록시무스는 가장 많은 지식을 갖고 유인원을 통제하며, 제국을 만들려 한다.
가장 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그가 빌런이다. 왜냐 하면 〈혹성탈출〉의 자이우스가 그랬기 때문이다.

뜬금 없이 라카가 그녀의 이름을 노바로 짓는 것도 〈혹성탈출〉에서 그랬기 때문일 뿐이다.
거대한 X자 구조물도 〈혹성탈출〉에서 나왔으니 나왔을 뿐이고.

image 이 때도 별 의미 없었고 지금도 별 의미 없는 트위터X

해변에서 말 타고 달리는 장면도 역시 〈혹성탈출〉에서 그랬기 때문이다.
갈대밭에서 사냥 당하는 장면도 역시 그 작품에서 그랬기 때문이다.
인간 아기 인형을 발견하는 것도 마찬가지고.

고릴라가 침팬지와 오랑우탄 위에 군림하는 건 〈혹성탈출〉 2편에서 그랬기 때문이다.
미지의 지역에 인간 벽화와 문명 장비가 있는 것 역시 2편에서 그랬기 때문이고.

애초에 영화의 주된 배경이 시저가 죽은 600년 후라는 것도 〈혹성탈출〉 4편과 5편의 간격이 그랬기 때문이다.

지루한 전개

이렇게 영화 전체가 오마주에만 함몰되니 이야기는 헐거울 수밖에 없다.
아니, 이게 오마주인지, 그냥 게으른 재사용인지도 모르겠다.

노바가 노아를 선택한 이유도 알 수 없다.
이 선택에 당위성은 없다.
노바도, 관객도 왜 노아를 선택했는지 모른다.

유인원의 대사를 포함한 전개는 느리고 지루하다.
그런데, 또 여기서 상징하는 건 시저는 예수고, 프록시무스와 노아는 기독교 구교/신교다.
총체적 난국

이 와중에 또 액션은 새떼가 대신 싸워주고 끝…
이 동안 관객들은 침팬지 노아의 노래를 들어야 한다…

캐릭터 및 장비의 앞뒤 없음

이러다보니, 인간 측의 주축이 되어야 하는 노바의 캐릭터는 갈팡질팡이다.
처음엔 과일을 얻어먹어 버티다가 엄마가 어쩌고했는데, 뒤에 보면 고급 훈련을 받은 요원이었다.
그런데 또 개인화기 놔두고 권총 한 자루만 쓰는 건 오마주 티를 그만 내려고 한 건가?

마지막 장면을 보면 위성 통신에 사용할 암호키를 가져오는 게 노바의 진짜 목적이었다.
하지만, 위성 통신을 한답시고 비춰주는 파라볼라 안테나는 살밖에 남아있지 않다.
파라볼라 안테나의 반사면이 없는데 무슨 통신을 한다는 거지?

아니, 그냥 HAM 통신을 하는 게 상식적이지 않나?
인류 문명이 다 작살난 마당에 뭔 짓이지?

이렇게나 영화가 앞뒤가 없다보니, 그렇게나 뛰어난 CG는 전혀 장점이 되지 못한다.
유인원 등의 표현은 너무나 자연스러운데, 지루하기만 한 졸작이 되어버렸다.


덧1. 제목에 사용된 혹성은 잘 알려져있다시피, 우리나라에선 행성으로 사용되는 단어.
하지만, 너무나 유명한 제목이라 어쩔 수 없이 그냥 사용한 듯.

덧2. 정작 제목에 왜 탈출이 들어가는지는 잘 알려져있지 않다.
원작 시리즈 3편의 제목이 아래와 같았기 때문이다.

image 정말로 〈혹성탈출〉에 가까운 제목 이었음

카테고리:

업데이트: